1997년 단편소설 '꿈꾸는 마리오네뜨'로 문예지 「라쁠륨」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연달아 석권한 권지예가 10년 만에 소설집을 출간했다. 한 편의 중편소설과 다섯 편의 단편소설로 묶인 이 소설집은 '이국'과 '낯선 장소'라는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물과 인물 사이에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관계의 뒤틀림 등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단조롭고 무료한 삶을 벗어나 이국의 공간에 함께 던져진 미완(未完)의 사람들. 여행은 사람을 좀 더 가깝고 애틋하게 만들어주지만, 오히려 가까워진 그 물리적 거리로 인해 서로가 더욱 낯선 존재로 변모하기도 하고 때론 그 대상이 나 자신이 되어 스스로 고수해왔던 가면 속 민낯을 직면하기도 한다.
권지예의 소설에서 여행은 독자와 이야기를 더욱 밀착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작가는 우리가 외면해왔던 수많은 삶의 이면이 여행이란 특수한 상황 속에서 더 강력하게 발현될 수 있도록 신열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충분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고 믿어왔던 상대가 은연중에 내비치는 낯선 모습들이 소설 속 삽화처럼 유려하게 흐른다.
1997년 《라쁠륨》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퍼즐》 《꽃게무덤》 《폭소》 《꿈꾸는 마리오네뜨》, 장편소설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유혹》(전 5권) 《4월의 물고기》 《아름다운 지옥1,2》, 그림 소설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서른일곱에 별이 된 남자》,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해피홀릭》 등이 있다. 2002년 이상문학상,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