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시리즈가 선택한 서른다섯 번째 주제는 ‘반려병’이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안에 병(病)이라는 현상이 들어갈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할 당신에게 저자는 말한다. “내가 좋아서 혹은 의도해서 만든 능동적인 세계가 아닌, 잔병에 의해 만들어진 수동태의 세계가 내 안에 있”으며, 누군가의 ‘아무튼’을 논할 때 “이 수동의 세계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내가 만든 세계의 '나'는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다음에 ‘건강’이 아닌 ‘병’이 자리한 이유다.
『아무튼, 반려병』은 하나의 주제로 개인의 소소한 관점이나 취향을 디테일하게 펼쳐 보이면서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시리즈의 장점을 이어가되, 아픔이라는 다소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일상의 영역으로 데려온다. ‘병’을 주제로 한 기존 책들과 달리, 저자는 16년 차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겪은 ‘잔병치레의 역사’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내 아픔의 한복판이 아닌 ‘틈새’를 건드린다.
나아가 환자로서 겪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을 통해 의료 환경의 문제점이나 잔병을 바라보는 사회의 무신경함 등을 꼬집는다. 한 개인의 통점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바라보려는 이 책의 새로운 태도는 우리에게 나이 듦과 고통의 의미에 관해 곰곰 생각해볼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을 더 좋아해서 무턱대고 글을 써대다가 덜컥 문예특기생으로 국문과에 입학했다. 그 덕분인지 글로 먹고사는 웹진 기자, 카피라이터 등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한 IT 회사에서 인터널 브랜딩과 공간 기획 업무를 하고 있다. 가끔 건강하고 자주 아픈 탓에 글 쓰는 속도가 나무늘보처럼 더디지만, 그래서 더 오래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