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아는 여느 때처럼 공연을 보고 돌아와 평론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 그때 뜻밖의 손님이 찾아온다. 그날 저녁 관객의 열띤 호응 속에 공연을 마친 극작가 스카르파다. 두 사람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볼로디아는 쓰디쓴 혹평으로 신인 작가 스카르파에게 큰 좌절을 안겨 주었다. 이제 스카르파는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인정받는 대작가가 되었다. 반면 비평가 볼로디아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 10년 만에 상반된 입장이 되어 만난 두 사람은 ‘연극은 무엇인가’를 놓고 격렬한 토론을 펼친다. 토론은 마치 권투 시합 같다. 서로 맹렬한 공격을 주고받는다.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 것은 스카르파였다. 스카르파가 묻는다. “연극에서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모든 것을 실제 삶에서도 제거해 버린다면, 무엇이 남게 될까요?”
1965년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현재 스페인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1997년에는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Walter Benjamin, 1892∼1940)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드리드와 근교의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마드리드 왕립드라마예술학교에서 교수로 지내다 현재 카를로스3세대학에서 무대예술 강좌를 총괄하고 있다. 2011년에는 ‘라 로카 데 라 카사(La Loca de la Casa)’라는 극단을 창립해 1년에 한 번 직접 연출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연극은 즐거움과 감동 외에도, 관객들이 자신의 삶과 자신이 사는 세상을 조명해 볼 수 있는 뭔가를 던져 주어야 한다고 마요르가는 생각한다. 또한, 수학과 철학을 전공한 자신의 이력을 증명하듯, 극 언어가 수학처럼 정확하기를 추구하고, 진정한 연극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거나 회피하는 것에 시선을 고정시키도록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표작으로는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Cartas de amor a Stalin)>(1999), <천국으로 가는 길(Himmelweg)>(2003), <하멜린(Hamelin)>(2005), <맨 끝줄 소년(El chico de la ultima fila)>(2006), <다윈의 거북이(La tortuga de Darwin)>(2008), <영원한 평화(La paz perpetua)>(2008), <갈라진 혀(La lengua en pedazos)>(2011, 작가의 첫 연출작) 등이 있다. 현재 그의 작품들은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며, 가장 많은 상을 수상했고,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는 물론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폴란드어, 아랍어, 그리스어 등 25개 언어로 번역되어 다양한 나라의 무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