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8일 : 14호
가만히 좋아하는
정확한 말을 찾을 수 없어 대답을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채 말이 되지 못한 것은 오래 마음에 남아 호명을 기다립니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일들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고 하더라.' (<여름잠> 부분) 이 한 줄을 만난 후 그런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골똘한 시인의 말은 아직 안에 고여 있고, 아직은 말이 되어 나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꼭 제 안에 큰 꽃나무를 품고 있을 아이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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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말을 찾을 수 없어 대답을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채 말이 되지 못한 것은 오래 마음에 남아 호명을 기다립니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일들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고 하더라.' (<여름잠> 부분) 이 한 줄을 만난 후 그런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골똘한 시인의 말은 아직 안에 고여 있고, 아직은 말이 되어 나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꼭 제 안에 큰 꽃나무를 품고 있을 아이들처럼요.
책에서 읽었는데
막 태어난 아기에게 마음이 없대
마음은 한 달 후에나 생긴대
마음이 없어도 아기는 웃고
울 수 있다
<주택 수리> 부분
마음 없는 채로 웃고 우는 일에 대해 이 시를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돌봄과 창작을 병행하는, 엄마이자 시인인 안미옥의 시선은 양육을 하듯 (엄마이고 작가인 안미옥의 이야기가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에도 실려 있습니다.) 가만히 먼 시간을 향합니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아이'라는 시어를 둘러싼 열기와 함께 3월 8일, 여성의 날을 축하해 봅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때 이른 저는 벌써 안미옥의 시처럼 안부 인사할 계절을 기다립니다.
안녕, 잘 지내. 여름을 잘 보내.
(<여름잠> 부분)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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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쪽 :
선생님 제 영혼은 나무예요
제 꿈은 언젠가 나무가 되는 것이에요
아이가 퉁퉁 부은 얼굴로
주저 앉아 있다가
Q :
<빛과 영원의 시계방> 출간 후 보름 가량 시간이 지났습니다. 작품 출간 후 김희선 작가를 새롭게 만나게 될 독자께 안부 인사 부탁드립니다.
A :
봄에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어 특히 기쁩니다.
봄이야말로 빛과 영원의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전, 문명이 시작되기 전부터, 인류는 봄을 통해 시간의 영원함과 끝없는 계절의 순환을 깨달았을 겁니다. 모든 게 얼어붙는 추운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따뜻한 빛과 함께 봄이 찾아왔을 테니까요.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던 SF로 여러분을 만나게 된 건, 더 큰 기쁨입니다.
비슷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직 그렇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 뭔가 통하는 기분을 느끼거든요.
오늘은 경칩이고, 이곳 W시의 낮 기온은 17도까지 올랐습니다.
이제 진짜 봄이 온 거죠.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손끝, 눈길, 마음, 어디에나 봄처럼 밝고 따뜻한 빛이 비쳐들길 바라며, 멀리서 (어쩌면 가까이서)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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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생활인 / 소설가의 삶을 병행해 겪고 계신데요, 생활에서 소설로 전환할 때 나만의 리츄얼 등이 있을지, 소설을 시작할 때의 '모드 전환'이 궁금합니다.
A :
생활에서 소설로 전환한다기보다는, 그냥 소설을 쓰기 전 치르는 약간의 의식 같은 게 있습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 ‘의식’을 따르면 방금까지 발 딛고 있던 현실에서 곧바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어딘가로, 혹은 등장인물의 마음속이나 머릿속으로 이동할 수 있답니다.
①먼저 책상에 앉습니다. (굳이 책상이 아니어도 되는데요, 카페 테이블이든 식탁이든, 일단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야만 하지요.)
②녹차나 커피, 옥수수수염차나 보리차, 뭐든 따뜻한 음료를 몇 모금 마십니다.
③깊이 심호흡을 합니다.
④책을 펼쳐서 아무 데나 읽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책이 우주나 천체물리에 관한 책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긋고 때론 노트북에 그대로 옮겨 적기도 합니다.
⑤이렇게 두어 페이지를 읽고 나면, 어느새 소설 속으로 옮겨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Q :
김희선 작가의 소설에서 주요 무대로 활용되는 공간이 바로 W시입니다. SF의 무대로 캐스팅하기에 좋은, W시의 소설적임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
지금까지 쓴 제 소설의 대부분은 W시가 배경이었습니다. 주된 배경이 아닐 때도 있었지만, 항상 어딘가에선 W시가 등장했어요.
제가 원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W시는 원주를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일견 옳기도 하고, 또 일견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W는 Wonju와 World, 이 두 곳의 앞글자를 동시에 나타내니까요.
어쨌든, W시는 세상 모든 곳에 있는 모든 도시와 닮은 도시입니다. 우리가 어떤 도시를 처음 방문했을 때, 그곳은 뭔가 다른 특색을 가진 장소인 듯 느껴집니다. 하지만 거기서 실제로 거주하다 보면, 결국 지구상 어디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그 진짜 모습은 모두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며, 욕망하고 꿈꾸고 사랑하니까요.
SF란, 마치 거울을 보듯 우리 자신과 인류, 지구를 들여다보는 문학 장르입니다.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세계의 축소판이면서 동시에 세상의 모든 도시와 닮은 도시인 W시는, 그 자체로 SF의 무대가 되기에 적합한 장소인 거죠.
Q :
<빛과 영원의 시계방> 출간 후 보름 가량 시간이 지났습니다. 작품 출간 후 김희선 작가를 새롭게 만나게 될 독자께 안부 인사 부탁드립니다.
A :
봄에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어 특히 기쁩니다.
봄이야말로 빛과 영원의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전, 문명이 시작되기 전부터, 인류는 봄을 통해 시간의 영원함과 끝없는 계절의 순환을 깨달았을 겁니다. 모든 게 얼어붙는 추운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따뜻한 빛과 함께 봄이 찾아왔을 테니까요.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던 SF로 여러분을 만나게 된 건, 더 큰 기쁨입니다.
비슷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직 그렇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 뭔가 통하는 기분을 느끼거든요.
오늘은 경칩이고, 이곳 W시의 낮 기온은 17도까지 올랐습니다.
이제 진짜 봄이 온 거죠.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손끝, 눈길, 마음, 어디에나 봄처럼 밝고 따뜻한 빛이 비쳐들길 바라며, 멀리서 (어쩌면 가까이서)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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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 태어난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프랑스어로 작품을 발표했고, 일본에서 태어난 다와다 요코는 독일어와 일본어로 씁니다. 언어와 언어 사이를 나란히 걸으며 그 차이에 집중하는 소설을 읽는 것에 저는 흥미가 있는데요, 뉴욕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문지혁의 소설 <초급 한국어>의 후속작인 <중급 한국어>가 출간되었습니다.
해피북스투유는 ‘세상의 모든 글과 이야기를 모은다’라는 비전을 가지고 설립한 콘텐츠 그룹입니다.
제 유년시절에서 첫소설책은 박완서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에요.정말 재미있고 인상깊게 읽어서 박완서님 책은 대부분 찾아 읽었어요. 박완서님 작품을 통해 소설은 허구라는 생각으로 등한시했던 제가 한국문학 소설에 대해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지금의 제 감성과 문체는 소설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어요.
'영원이라는 말로 영원을 담을 수 없어서' 영원 금지라는 말을 제목에 붙였다는 시인 육호수의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모호함의 세계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모호함의 곁에, 이장욱의 시집을 같이 놓아봅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Are you in peace?’로 번역하던 초급의 과정에서 벗어나, 중급의 단계에선 일상 속에서 문학적 순간을 찾아내는 연습을 합니다. 자기 자신을 쓰는 이들이 글쓰기를 통해 평화에 다다를 수 있을지, 이 소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출판사는 지금 : 해피북스투유
네이버 최초로 1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재혼 황후》(전8권)와 일본 3대 문학상을 동시 석권한 《류》, 어린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별의 커비》 시리즈 등을 선보이며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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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최초로 1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재혼 황후》(전8권)와 일본 3대 문학상을 동시 석권한 《류》, 어린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별의 커비》 시리즈 등을 선보이며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환상서점》은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서점을 지켜왔고, 헤아릴 수 없는 나날 동안 누군가를 그리워한 서점주인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손님을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환상소설입니다.
오디오북에서 전자책으로, 전자책에서 종이책으로 출간하며 최초의 역주행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 해피북스투유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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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지금
(익명 독자께서 보내주신 사연을 소개합니다.)
영원 불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