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1일 : 20호
“이 소설, 많관부(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국문학을 읽는 독자들이 봄이면 손에 쥐는 앤솔러지,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작품을 수록한 이서수 작가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젊은 근희의 행진>이라는 사랑스러운 소설이 표제작(한 소설집의 대표소설이라고 칭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스스로의 아름다운 몸에 쏟아지는 인터넷 친구들의 관심을 산뜻하게 받아들이는 근희를 도저히 문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관종' 동생 근희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을 보며 동생에게 쏟아지는 악플을 읽어보는 언니 문희. 너의 행진과 나의 행진이 명백히 다를 것을 알면서도 근희의 방송창에 댓글을 다는 문희의 모습이 오래 떠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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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을 읽는 독자들이 봄이면 손에 쥐는 앤솔러지,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작품을 수록한 이서수 작가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젊은 근희의 행진>이라는 사랑스러운 소설이 표제작(한 소설집의 대표소설이라고 칭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스스로의 아름다운 몸에 쏟아지는 인터넷 친구들의 관심을 산뜻하게 받아들이는 근희를 도저히 문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관종' 동생 근희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을 보며 동생에게 쏟아지는 악플을 읽어보는 언니 문희. 너의 행진과 나의 행진이 명백히 다를 것을 알면서도 근희의 방송창에 댓글을 다는 문희의 모습이 오래 떠오를 것 같습니다.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미조의 시대> 역시 꼭 한번 읽어보십사 권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아침잠마저 참해받는 이 시대에 '침해하지 말라고. 이게 어렵나?'라고 중얼거리는 소설 캐릭터 '나'의 말투에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를 두고 1년을 버텨서 받을 수 있는 '퇴직금'과 '대머리 됨'을 놓고 선택해야 하는 우리의 시대, 머리털과 퇴직금을 모두 지킬 수는 없는 걸까요? 이 시대를 함께 행진할 우리에게 꼭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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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
침해하지 말라고. 이게 어렵나?
각자 그 자리에서 독립적으로. 이게 어렵나?
머리 차일 일 없이. 네가 먹는 반찬 내가 알 일도 없이. 이게 어렵나?
알라딘 :
2021년 5월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첫 작품으로 독자를 만나는 한이솔, 박민혁, 조서월, 최이아,허달립 다섯 작가께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독자를 만나고 싶은지, 출간 계획 및 지향점 등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두 회차에 걸쳐 소개될 예정입니다.
한이솔 :
나는 당신이, 그리고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땐 글을 쓰며, 글만이 싹 틔울 수 있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문학은 패배할 수 없지만, 무정하도록 빠르고 번잡한 일상에서마저 읽히려면 그럴 이유를 갖춰야겠지요. 읽고 싶은 글은 읽힐 수밖에 없고, 정보를 원해서가 아니라 내용이 궁금해 읽고 싶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나의 글이 갖추길 바래봅니다. 그래서 우연히 서로를 알아본 나의 독자들이 비밀스러운 환희를 나누며 동질감을 느낄, 그런 작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최후의 심판> 분량의 중편소설 여러 편을 쓰고 있습니다. 일부 소개하면, 지구에 갑자기 떠오른 정체불명의 물체 / 정부의 은밀한 생명공학 프로젝트 / 고양이에게 숨겨진 우주적 진실 / 정보와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우주 등과 관련한 이야기예요. 가만 보면 대체로 내가 사랑하는 ‘세계의 비밀과 그 폭로’라는 주제를 공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벗어나야 할 기벽일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론 내가 좇는 경이의 본질을 해부하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나를 사로잡았던 글은 가슴을 뛰게 하고, 그 세계의 여운이 잠시나마 일상을 일렁이게 하는 힘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나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그런 순간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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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
2021년 5월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첫 작품으로 독자를 만나는 한이솔, 박민혁, 조서월, 최이아,허달립 다섯 작가께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독자를 만나고 싶은지, 출간 계획 및 지향점 등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두 회차에 걸쳐 소개될 예정입니다.
한이솔 :
나는 당신이, 그리고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땐 글을 쓰며, 글만이 싹 틔울 수 있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문학은 패배할 수 없지만, 무정하도록 빠르고 번잡한 일상에서마저 읽히려면 그럴 이유를 갖춰야겠지요. 읽고 싶은 글은 읽힐 수밖에 없고, 정보를 원해서가 아니라 내용이 궁금해 읽고 싶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나의 글이 갖추길 바래봅니다. 그래서 우연히 서로를 알아본 나의 독자들이 비밀스러운 환희를 나누며 동질감을 느낄, 그런 작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최후의 심판> 분량의 중편소설 여러 편을 쓰고 있습니다. 일부 소개하면, 지구에 갑자기 떠오른 정체불명의 물체 / 정부의 은밀한 생명공학 프로젝트 / 고양이에게 숨겨진 우주적 진실 / 정보와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우주 등과 관련한 이야기예요. 가만 보면 대체로 내가 사랑하는 ‘세계의 비밀과 그 폭로’라는 주제를 공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벗어나야 할 기벽일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론 내가 좇는 경이의 본질을 해부하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나를 사로잡았던 글은 가슴을 뛰게 하고, 그 세계의 여운이 잠시나마 일상을 일렁이게 하는 힘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나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그런 순간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박민혁 :
여전히 실감이 나질 않지만, 두근거리고 또 조금은 부담스러운, 그러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길에서 마주치는 존재들과 시선을 마주치고 소소하게 쓰고 기록하면서 말입니다. SF라는 장르로 독자분들 앞에 나서게 되었지만, 장르라는 건 이야기를 분류하기 위한 기준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인물이, 사람이 있습니다. 작가 또는 세계가 던져놓은 상황 속에서 인물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어떤 길을 걸을 것인지. 그 여정을 세심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조서월 :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최종심에 포함되었던 단편 소설 '활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구성한 청소년 중단편집을 집필할 계획입니다. 오시경 편집자님께서 멋지게 표현해 주신 대로, 소년과 소녀가 모종의 갈등 상황에서 만나, 어둠으로부터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들로 묶이게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심사위원분들께서 심사평에 지면을 할애하여 '활의 목소리'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남겨주셨습니다. 그 중, 인아영 평론가님께서 써 주신 문장을 옮겨 적습니다. '고대의 사랑 이야기로도, 토테미즘이나 전쟁에 관한 흥미로운 우화로도 읽혔지만, 내게 이 소설은 무엇보다 인간이 현악기 혹은 사랑을 처음으로 발견(발명)한 순간에 관한 아름다운 기록으로 읽혔다. 모든 화음은 서로 다른 두 음의 차이에서 발생하며, 모든 사랑 역시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어긋남에서 생겨난다는, 당연하면서도 놀라운 발견 말이다.' 청소년 중단편집은 올 연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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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부터 <경청>까지, 첨예한 도덕적 딜레마에 처한 사람들의 상황의 일면을 보여줌으로써 깊은 한숨을 쉬게 하는 작가, 김혜진의 짧은 소설을 읽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가능성을 품은 채 그대로 둘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들을 쓰면서 배웠다."(8쪽)는 작가의 말처럼, 김혜진의 소설을 따라 읽던 독자인 제게도 좋아하는 소설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어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MBTI 테마소설집에 참여해 주십사 작가님들께 드리는 원고 청탁 메일에 이 문장을 빠짐없이 덧붙였습니다. “MBTI에 관심이 없으실 수도, MBTI가 문학의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16가지 유형으로 누군가를 편리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게으른 심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파심에도 불구하고 MBTI는 왜 이렇게 재밌는 걸까요……. 메일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저는 MBTI가 공감하기 어려운 불가해한 영역, 나 혹은 타인의 마음의 작동 방식을 상상해 보고자 애쓸 때 좋은 도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거창한 문장은 1권에 실린 이서수 작가님의 〈알고 싶은 마음〉에서 간명한 대사로 독자에게 도착합니다. “그래도 난 MBTI가 좋아. 누군가를 알고 싶은 마음이라니 기특하고 귀엽잖아.”
작은 갈등과 각자의 사정이 와글와글 일어나고 또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말을 해야 알지. 말 안하면 어떻게 알아?"(128쪽)라고 퉁박을 주면서도 '꺼내지 않았던 수많은 말들'이 있기에 우리의 관계가 이어지기도 한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소설이 끝난 자리에서 이 인물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며, 말하지 않음에 대해 말하는 소설가의 귀함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말로 전해지지 않아 귀한 마음들을 닮은 극락조 잎사귀도 다시 푸르게 자랄 것입니다.
출판사는 지금 :
귀엽다! 표지 시안을 받을 때마다 편집부 모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표지는 위드텍스트 이지선 디자이너님께서 MBTI 해설가에게 들은 각 유형별 비유되는 동물들로 채워주셨는데요. 소설을 모두 읽고 돌아와 다시 표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각기 다른 동물들의 표정이 때론 더 귀엽게, 때론 오히려 서늘하게 읽히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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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테마소설집에 참여해 주십사 작가님들께 드리는 원고 청탁 메일에 이 문장을 빠짐없이 덧붙였습니다. “MBTI에 관심이 없으실 수도, MBTI가 문학의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16가지 유형으로 누군가를 편리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게으른 심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파심에도 불구하고 MBTI는 왜 이렇게 재밌는 걸까요……. 메일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저는 MBTI가 공감하기 어려운 불가해한 영역, 나 혹은 타인의 마음의 작동 방식을 상상해 보고자 애쓸 때 좋은 도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거창한 문장은 1권에 실린 이서수 작가님의 〈알고 싶은 마음〉에서 간명한 대사로 독자에게 도착합니다. “그래도 난 MBTI가 좋아. 누군가를 알고 싶은 마음이라니 기특하고 귀엽잖아.”
귀엽다! 표지 시안을 받을 때마다 편집부 모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표지는 위드텍스트 이지선 디자이너님께서 MBTI 해설가에게 들은 각 유형별 비유되는 동물들로 채워주셨는데요. 소설을 모두 읽고 돌아와 다시 표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각기 다른 동물들의 표정이 때론 더 귀엽게, 때론 오히려 서늘하게 읽히기도 하였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여전히 MBTI에 관심이 없으실 수도, MBTI가 문학의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요. 여러 유형을 다채롭게 담아 소개했던 1권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T 유형 특집 2권 《저는 MBTI 잘 몰라서…》, F 유형 특집 《우리 MBTI가 같네요!》까지 함께해 주신 16명의 작가님들께 감사드리며, 우주 최초 MBTI 테마소설집은 안전하고 귀엽게 고유해지는 법이 궁금한 독자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편집자 이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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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루나」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을 수상한 서윤빈 작가의 첫 소설집과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 작가의 첫 연작소설을 함께 놓아보았습니다. 부러진 마음에게 부러진 채로 머물러도 된다고 말하는 두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