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7일 : 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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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이기호 “나는 지금 이 소설이 무섭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문윤성SF문학상 수상작 <개의 설계사>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을 동시 출간하며 활발하게 활동한 단요의 첫 중편소설이 '핀 시리즈 장르' 002번을 달고 출간되었습니다.

작가의 말부터 이 소설은 예상되는 질문을 피해가지 않습니다. '<케이크 손>은 명백하게도 가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가해자들의 사정을 상상하는 작업은 대개 옹호론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그래서 현실에서는 다소 터부시되기 마련입니다만, 픽션의 존재 의의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210쪽) + 더 보기

38~39쪽 : 그러고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펼쳤다. 책을 읽다 보면 잘 정돈된 길을 걷는 기분이 들었고, 단어를 붙잡고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내 앞에 펼쳐진 세계를 흔들림 없이 주파할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 진짜 삶이 안혜리의 아파트나 이 원룸촌이 아니라 종이 속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믿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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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1문 7답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세계관을 작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설화한 점이 흥미로워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좀비 낭군가>에 참여한 작가께 질문했습니다.

Q :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설정이 어떤 지점이 매력적인지, 창작자 혹은 팬의 관점이 궁금합니다.

태재현 : 고통을 모르는 존재가 무섭습니다. 거기에 싸움까지 잘하면 저에게는 공포물이 됩니다. 그래서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시리즈의 로봇 군단과 좀비 아포칼립스의 좀비들은 제게 비슷한 종류의 두려움을 줍니다.
<좀비 낭군가>는 호러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쓴 좀비 소설입니다. '집 떠난 양반이 뭔가 달라져서 돌아왔다'를 모티프로 고전적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크게 비틀지 않고 설정했습니다.
인간형 좀비는 그 형체와 공격 패턴을 상상하기 용이하고, 물리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되므로(차라리 한 방에 영영 죽는 게 낫다!) 아는 얼굴도 큰 죄책감 없이, 그리고 효율적으로 처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물며 그 대상이 오랜만에 만나도 하나도 반갑지 않은 인간이라면? 호랑이 등에 타고 달리듯이 썼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한 책이나 영상물이 나오면 반드시 보게 되는 반응이 있습니다. "또 좀비라니 지겹다. 아직도 쓸 이야기가 남았나?" 사람이 생존을 위해 관계를 맺고 그 안팎에서 지지고 볶는 서사는 언제나 있었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또한 생존자들이 공통의 적을 두고 고군분투하는, 그러면서 현실에서 비켜선 상상을 더할 수 있는, 끝내주는 세계관입니다. 그래서 저는 '좀비 소재가 지루하다'라는 말이 지루합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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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2023년의 마지막 날 임윤찬의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기를 다룬 영화 <크레센도>를 보았습니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세계 음악계의 유망주 30명의 내면이 펼쳐지는데요, 피아노 콩쿠르를 담은 온다 리쿠의 소설 <꿀벌과 천둥>이 떠오르기도 하는 싱그운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타로, 최애, 소개팅 등을 소재로 다채로운 사랑의 일면을 엮은 이수연의 소설집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속 단편이 떠올랐습니다. <전지적 처녀귀신 시점> 속 '나'는 피아니스트 민계우의 팬인데요, 교통사고로 귀신이 되었습니다. 후생에도 '덕질'하는 마음이 여전할까요? 몸의 한계를 벗어난 '전지적 처녀귀신 시점'으로 어떤 사랑이 이어질까요? 티켓팅에 자주 실패하는, 입장 시 내 몸을 앉힐 자리 하나가 필요한 인간 입장에선 전지적 귀신의 '덕질'이 꼬마유령 캐스퍼 날개짓처럼 자유로울 것 같기도 합니다....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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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들녘

요즘 들녘이 꿈꾸는 것은 깃털처럼 가벼워진 읽기의 세상에서 "정확하고 묵직한" 역사소설로 독자와 만나는 일입니다. 하고많은 이야기 중 '역사'를 선택한 것은 들녘 사람들이 유독 역사를 좋아하고, 또 역사에서 거의 모든 것을 배우고 상상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정성껏 준비한 타이틀이 《고려거란전쟁》입니다. 대다수에게 거란은 '고려를 끈질기게 괴롭힌 나라'로, 고려거란전쟁은 '강동6주' '외교천재 서희' '강감찬과 구주대첩' 등으로 기억됩니다.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고난"이라는 단어와 함께요. 그러나 고려의 대 거란전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인물과 사건, 장면으로 가득합니다. 용기와 관용을 겸비한 리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명장들, 나라와 가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군사와 백성. 이들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한번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게 됩니다. 역사 소설의 매력이죠.

이 소설을 집필한 길승수 작가는 무려 14년간 고려와 거란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사료(史料) 부족’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고려사(高麗史)》 《요사(遼史)》 《송사(宋史)》 등을 꾸준히 탐독하면서 당대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였고, 이후 역사적 팩트에 충실하되 흥미를 잃지 않는 역사소설을 쓰기 위해 모든 시간을 바쳤습니다. 들녘은 앞으로 길승수 작가와 함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으로 다룬 역사소설을 꾸준히 펴낼 계획입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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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로 만나는 한국 소설

<심여사는 킬러> 강지영의 스릴러 소설이 이동욱, 김혜준이 출연한 <킬러들의 쇼핑몰>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1/17일부터 디즈니플러스에서 스트리밍됩니다. 삼촌의 죽음으로 쇼핑몰 창고를 지키게 된 조카가 창고의 수상한 물품들을 약탈하러 사람들의 정체를 파악하며 쇼핑몰의 비밀에 대한 실마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컨텐츠가 올해도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의 삶을 받아 적은 조해진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는 송중기, 최성은, 조한철, 김성령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으로 3월 공개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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