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7일 : 36호
이기호 “나는 지금 이 소설이 무섭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문윤성SF문학상 수상작 <개의 설계사>와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을 동시 출간하며 활발하게 활동한 단요의 첫 중편소설이 '핀 시리즈 장르' 002번을 달고 출간되었습니다.
작가의 말부터 이 소설은 예상되는 질문을 피해가지 않습니다. '<케이크 손>은 명백하게도 가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가해자들의 사정을 상상하는 작업은 대개 옹호론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그래서 현실에서는 다소 터부시되기 마련입니다만, 픽션의 존재 의의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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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문윤성SF문학상 수상작 <개의 설계사>와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을 동시 출간하며 활발하게 활동한 단요의 첫 중편소설이 '핀 시리즈 장르' 002번을 달고 출간되었습니다.
작가의 말부터 이 소설은 예상되는 질문을 피해가지 않습니다. '<케이크 손>은 명백하게도 가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가해자들의 사정을 상상하는 작업은 대개 옹호론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그래서 현실에서는 다소 터부시되기 마련입니다만, 픽션의 존재 의의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210쪽)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은 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현수영이라는 이름 대신 '현수'로 불리는, 성별조차 선명하지 않은 인물은 소외되고 방치된 채 열여섯 해를 살았습니다. 안혜리는 수영에게 잘해준 첫 번째 사람으로, 수영을 남자친구처럼 대하며 그를 조종하고 이용합니다. 맨손으로 만지는 모든 생물이 케이크로 변하는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수영은 이 관계에 만족하며 살아왔습니다. 내가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 길고양이를 만져 케이크로 만드는 남자, 케이크는 달콤하고 황홀하지만 어떤 생물의 죽음은 현실입니다. 바로 이 지점의 갈라진 틈을 이야기하는 것. 이 소설에게 동의하는지, 왜 동의할 수 없는지를 내 언어로 말해보는 것. 단요 작가의 말대로 이 일이야말로 픽션의 일일 것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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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9쪽 : 그러고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펼쳤다. 책을 읽다 보면 잘 정돈된 길을 걷는 기분이 들었고, 단어를 붙잡고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내 앞에 펼쳐진 세계를 흔들림 없이 주파할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 진짜 삶이 안혜리의 아파트나 이 원룸촌이 아니라 종이 속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믿게 됐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세계관을 작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설화한 점이 흥미로워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좀비 낭군가>에 참여한 작가께 질문했습니다.
Q :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설정이 어떤 지점이 매력적인지, 창작자 혹은 팬의 관점이 궁금합니다.
태재현 :
고통을 모르는 존재가 무섭습니다. 거기에 싸움까지 잘하면 저에게는 공포물이 됩니다. 그래서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시리즈의 로봇 군단과 좀비 아포칼립스의 좀비들은 제게 비슷한 종류의 두려움을 줍니다.
<좀비 낭군가>는 호러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쓴 좀비 소설입니다. '집 떠난 양반이 뭔가 달라져서 돌아왔다'를 모티프로 고전적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크게 비틀지 않고 설정했습니다.
인간형 좀비는 그 형체와 공격 패턴을 상상하기 용이하고, 물리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되므로(차라리 한 방에 영영 죽는 게 낫다!) 아는 얼굴도 큰 죄책감 없이, 그리고 효율적으로 처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물며 그 대상이 오랜만에 만나도 하나도 반갑지 않은 인간이라면? 호랑이 등에 타고 달리듯이 썼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한 책이나 영상물이 나오면 반드시 보게 되는 반응이 있습니다. "또 좀비라니 지겹다. 아직도 쓸 이야기가 남았나?" 사람이 생존을 위해 관계를 맺고 그 안팎에서 지지고 볶는 서사는 언제나 있었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또한 생존자들이 공통의 적을 두고 고군분투하는, 그러면서 현실에서 비켜선 상상을 더할 수 있는, 끝내주는 세계관입니다. 그래서 저는 '좀비 소재가 지루하다'라는 말이 지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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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세계관을 작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설화한 점이 흥미로워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좀비 낭군가>에 참여한 작가께 질문했습니다.
Q :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설정이 어떤 지점이 매력적인지, 창작자 혹은 팬의 관점이 궁금합니다.
태재현 :
고통을 모르는 존재가 무섭습니다. 거기에 싸움까지 잘하면 저에게는 공포물이 됩니다. 그래서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시리즈의 로봇 군단과 좀비 아포칼립스의 좀비들은 제게 비슷한 종류의 두려움을 줍니다.
<좀비 낭군가>는 호러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쓴 좀비 소설입니다. '집 떠난 양반이 뭔가 달라져서 돌아왔다'를 모티프로 고전적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크게 비틀지 않고 설정했습니다.
인간형 좀비는 그 형체와 공격 패턴을 상상하기 용이하고, 물리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되므로(차라리 한 방에 영영 죽는 게 낫다!) 아는 얼굴도 큰 죄책감 없이, 그리고 효율적으로 처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물며 그 대상이 오랜만에 만나도 하나도 반갑지 않은 인간이라면? 호랑이 등에 타고 달리듯이 썼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한 책이나 영상물이 나오면 반드시 보게 되는 반응이 있습니다. "또 좀비라니 지겹다. 아직도 쓸 이야기가 남았나?" 사람이 생존을 위해 관계를 맺고 그 안팎에서 지지고 볶는 서사는 언제나 있었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또한 생존자들이 공통의 적을 두고 고군분투하는, 그러면서 현실에서 비켜선 상상을 더할 수 있는, 끝내주는 세계관입니다. 그래서 저는 '좀비 소재가 지루하다'라는 말이 지루합니다.
최영희 :
종말문학의 가장 큰 매력은 폐허가 된 세상 그 자체라 생각합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는 여기에 ‘망자들의 대거 귀환’이라는 요소가 더해집니다. 죽음에서 돌아온 자들의 신음소리와 비척거리는 발소리가 울려 퍼지는 폐허를 배경으로 무슨 이야기를 그려낼까, 거기서부터 좀비물 작가의 즐거운 고민이 시작됩니다. 또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죽음은 인간을 퇴장시키는 궁극의 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은 빌런을 인간일 때 한 번, 좀비일 때 또 한 번 죽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침출수>의 도아도 인간 양승태와 좀비 양승태, 둘과 싸우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그 덕에 작가는 집요한 빌런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각자도생하는 생존자들을 지켜보는 긴장과 재미가 있습니다. 생존물품이 쌓여 있는 마트와 드러그 스토어, 몰려드는 좀비떼, 생존그룹의 내적 질서, 장편에서는 거의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약탈자 빌런, 백신의 유무 등 좀비물의 클리셰를 작가가 어떻게 조합하고 변주하느냐에 따라 <15소년 표류기> 계열의 생존 모험담이 되기도 하고 <파리 대왕> 계열의 야만적 생존물이 되기도 하는데, 둘 중 어느 쪽이든 ‘좀비 아포칼립스’는 거친 모험서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제 유년기의 환상을 극단적으로 만족시켜주는 배경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좀비물이 더 사랑받기를 그리고 더 다양한 좀비물이 출간되길 기대합니다.
서재이 :
아포칼립스 게임은 대체로 필드가 고요하고 인적이 드물지만 좀비 아포칼립스 게임은 길에 인간이 넘쳐요. 전부 말이 통하지 않고 저를 죽이려 들지만요.
좀비의 사연은 의외로 눈에 보입니다. 가스통을 짊어졌거나 경찰 기동대 옷을 입었거나, 제 소설 속 밸지는 베이스를 갖고 다녔죠.
게임 플레이타임이 늘어날수록 좀비들의 사연이 흐릿해집니다. 파밍! 이스터에그! 그런 것들에 눈이 멀지요. 그러다 제작진의 야심 찬 퀘스트로 잊고 있던 좀비들의 사연을 마주하면 가슴이 찡해지며 '아, 그렇지. 얘네도 사람이었는데.'하는 감상이 들게 마련입니다.
거기에 희망찬 엔딩과 thanks to 리스트 끝에 'and you'가 나오는 걸 보고 눈물을 흘린 뒤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음 좀비 게임은 뭐 하지?'
자꾸 새로운 좀비 게임을 찾은 건 퀘스트 대상이 좀비든 생존자든 결국 사람의 사연이기 때문이겠죠. 좀비물이 소설로 쓰일 때 대개 파밍은 사라지고 사연은 극대화되는 것 같습니다. 쓸 때도 읽을 때도 그 부분에서 재미와 매력을 느껴요. 그래서 이성이 남은 좀비의 사연을 구구절절 썼나 봅니다.
아직도 온갖 좀비의 사연이 궁금해요. 제가 좀비가 되면 어떤 사연을 보여줄까요? 부디 함께 좀비가 된 개들과 함께 영원한 산책을 하고 싶네요.
정예진 :
좀비물이 매력적인 이유는 좀비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가오는 종말을 지켜볼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에요. 세상이 무너져 가는 동안 사람들은 자신들의 밑바닥을 드러냅니다. 이 부분은 늘 저의 상상력을 자극해요. 과연 살아남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까? 그들이 누구든 식욕만 남은 언데드와 마주치면 본능적으로 육탄전을 벌이죠. 멸망을 앞둔 생존 본능과 식욕의 싸움. 그 와중에 사람들은 힘을 합쳐 서로를 돕기도하고 <삼시세킬>의 주인공들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어두운 좀비 세상을 잠시나마 반짝이게 하고 그 반짝임은 저를 흥분시키고 또 슬프게도 합니다. 그걸 느끼기 위해 좀비물에 빠져드는 거죠.
경민선 :
좀비 이미지가 가진 이중성이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좀비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행색은 사회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한 명백히 내게 적대적인 존재로 보이는 동시에 내 가족이나 절친한 사람들의 얼굴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입체성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휘말려든 좀비 재난이 다른 세계에서는 골칫거리
사회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설정하니 소설을 순조롭게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원전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독립된 장르가 된 좀비 아포칼립스는 현재진행형인 도시전설이자 신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글을 쓰는 입장에선 뭐든지 시도해볼 수 있다는 해방감이 드는 소재였습니다.
창작자가 거침없이 펼치면 독자가 자유롭게 선택해서 이 장르를 완성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전효원 :
좀비 아포칼립스, 으아,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죠. 돌이킬 수 없는 적대관계가 만들어진 데다가 곁에 있던 가족과 친구도 아차 하는 순간 인권의 지평선 너머로 떠나가서 괴물이 되잖아요. 왜 이래? 나야, 나! 울부짖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요. 이 작품을 쓸 때 제가 초점을 맞춘 부분이 이 지점이었어요. 의사소통 불가. 블랙홀 반대편처럼 다른 시공간으로 나뉘어 버린 두 집단. 사실상 이러한 갈등은 좀비 vs 인간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서 이미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에게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가장 큰 매력은 비인간/비현실의 모습을 빌어 인간/현실을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는 마법의 연못이 되어준다는 점입니다.
장아미 :
좀비는 여러 매체에서 살아 있는 시체에서 나아가 징후적인 존재로서 다양한 은유로 등장하는 듯합니다. <각시들의 밤>은 뭍에서 떨어진 한 섬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예요. 그 섬의 사람들은 기존의 사회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고자 바다로 떠난 인물들의 후손입니다. 하지만 이상적으로 보였던 그 공동체 역시 파국에 이르게 돼요. 그 중심에 좀비가 있습니다. 저는 아마도 좀비 아포칼립스를 통해 이상향으로 여겨지는 세계의 틈새를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또 그런 시도를 역사극 형식으로 구현했을 때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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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마지막 날 임윤찬의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기를 다룬 영화 <크레센도>를 보았습니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세계 음악계의 유망주 30명의 내면이 펼쳐지는데요, 피아노 콩쿠르를 담은 온다 리쿠의 소설 <꿀벌과 천둥>이 떠오르기도 하는 싱그운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타로, 최애, 소개팅 등을 소재로 다채로운 사랑의 일면을 엮은 이수연의 소설집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속 단편이 떠올랐습니다. <전지적 처녀귀신 시점> 속 '나'는 피아니스트 민계우의 팬인데요, 교통사고로 귀신이 되었습니다. 후생에도 '덕질'하는 마음이 여전할까요? 몸의 한계를 벗어난 '전지적 처녀귀신 시점'으로 어떤 사랑이 이어질까요? 티켓팅에 자주 실패하는, 입장 시 내 몸을 앉힐 자리 하나가 필요한 인간 입장에선 전지적 귀신의 '덕질'이 꼬마유령 캐스퍼 날개짓처럼 자유로울 것 같기도 합니다.... (농담입니다!)
요즘 들녘이 꿈꾸는 것은 깃털처럼 가벼워진 읽기의 세상에서 "정확하고 묵직한" 역사소설로 독자와 만나는 일입니다. 하고많은 이야기 중 '역사'를 선택한 것은 들녘 사람들이 유독 역사를 좋아하고, 또 역사에서 거의 모든 것을 배우고 상상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정성껏 준비한 타이틀이 《고려거란전쟁》입니다. 대다수에게 거란은 '고려를 끈질기게 괴롭힌 나라'로, 고려거란전쟁은 '강동6주' '외교천재 서희' '강감찬과 구주대첩' 등으로 기억됩니다.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고난"이라는 단어와 함께요. 그러나 고려의 대 거란전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인물과 사건, 장면으로 가득합니다. 용기와 관용을 겸비한 리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명장들, 나라와 가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군사와 백성. 이들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한번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게 됩니다. 역사 소설의 매력이죠.
이 소설을 집필한 길승수 작가는 무려 14년간 고려와 거란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사료(史料) 부족’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고려사(高麗史)》 《요사(遼史)》 《송사(宋史)》 등을 꾸준히 탐독하면서 당대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였고, 이후 역사적 팩트에 충실하되 흥미를 잃지 않는 역사소설을 쓰기 위해 모든 시간을 바쳤습니다. 들녘은 앞으로 길승수 작가와 함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으로 다룬 역사소설을 꾸준히 펴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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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은 늘 선두에 있었습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만들어 왔죠. 어려운 역사서를 감히 "한 권"으로 읽자고 제안했고(《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모두의 교양을 위해 인문학을 "대중서"의 영역으로 끌어왔으며(《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교양》), 미래사회의 이슈를 예단하여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귀농총서》)라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뿐인가요. 판타지 장르를 "제대로" 개척한 소설(《퇴마록》)과 레퍼런스(《판타지 라이브러리》)를 오랫동안 출판했습니다.
요즘 들녘이 꿈꾸는 것은 깃털처럼 가벼워진 읽기의 세상에서 "정확하고 묵직한" 역사소설로 독자와 만나는 일입니다. 하고많은 이야기 중 '역사'를 선택한 것은 들녘 사람들이 유독 역사를 좋아하고, 또 역사에서 거의 모든 것을 배우고 상상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정성껏 준비한 타이틀이 《고려거란전쟁》입니다. 대다수에게 거란은 '고려를 끈질기게 괴롭힌 나라'로, 고려거란전쟁은 '강동6주' '외교천재 서희' '강감찬과 구주대첩' 등으로 기억됩니다.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고난"이라는 단어와 함께요. 그러나 고려의 대 거란전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인물과 사건, 장면으로 가득합니다. 용기와 관용을 겸비한 리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명장들, 나라와 가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군사와 백성. 이들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한번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게 됩니다. 역사 소설의 매력이죠.
이 소설을 집필한 길승수 작가는 무려 14년간 고려와 거란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사료(史料) 부족’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고려사(高麗史)》 《요사(遼史)》 《송사(宋史)》 등을 꾸준히 탐독하면서 당대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였고, 이후 역사적 팩트에 충실하되 흥미를 잃지 않는 역사소설을 쓰기 위해 모든 시간을 바쳤습니다. 들녘은 앞으로 길승수 작가와 함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으로 다룬 역사소설을 꾸준히 펴낼 계획입니다.
- 선우미정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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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사는 킬러> 강지영의 스릴러 소설이 이동욱, 김혜준이 출연한 <킬러들의 쇼핑몰>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1/17일부터 디즈니플러스에서 스트리밍됩니다. 삼촌의 죽음으로 쇼핑몰 창고를 지키게 된 조카가 창고의 수상한 물품들을 약탈하러 사람들의 정체를 파악하며 쇼핑몰의 비밀에 대한 실마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컨텐츠가 올해도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의 삶을 받아 적은 조해진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는 송중기, 최성은, 조한철, 김성령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으로 3월 공개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