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신우였다. 신우라는 아이를 알고 싶었고 신우를 둘러싼 세상이 궁금했다. 그리고 신우 옆에 서 있는 자신에 대한 물음표도 생겨났다. 요 몇 년 가을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구슬 전쟁을 치른 후 야호랑의 리더인 원호 자리에 올랐고 범녀의 계략에 맞서 싸웠다. 그 시간을 겪을 때는 무척 고되고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이상하게 가을 스스로가 달라진 기분이 들었다. 가을은 자신이 아직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삶이 궁금해졌다. 고등학생이 되면 어떨까?
지금까지 살면서 가을은 수많은 이별을 했고 그것이 야호의 숙명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별이 반복된다고 익숙해지는 건 아니다. 이별의 대상이 매번 달라지기에 이별의 아픔은 더 깊어질 뿐이다. 가을은 앞으로 겪어야 할 헤어짐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가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힘들었다.
령도 처음 만났을 때 가을에게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다. 하지만 령이 너무 대단하고 신비로워 보여서 차마 언니라고 부르지 못했다. 나중에는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도 ‘령 님’이 입에 붙어서 언니라고 부를 수가 없었다. 령에게도 언니라고 불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언니.”
가을은 조심스럽게 진을 언니라고 불렀고 진은 가을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쌌다. 가을의 마음속 구멍이 조금 작아지는 듯했다.
오백 년째 열다섯 시리즈 중 1권 구매 시
<오백 년째 열다섯> 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