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닮는 잎새, 그 안에 새겨진 사랑의 연대기를 담은 디아스포라 SF. <그린 레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디아스포라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제인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펴낸 소설집 <보통의 우리>에 수록된 「그린 레터」와 맥을 같이하는 작품으로, 얼음산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이륀’이 키우는 사람의 메시지를 잎맥에 새기는 식물 ‘비티스디아’를 해독하며 자신의 뿌리인 쿠진족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과정을 그렸다. 타의에 의해 말과 나라를 잃고 먼 나라를 떠돌아야 했던 푸룬과 로밀야의 이야기는 가상의 국가와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인 아픔이기에 황모과 작가의 섬세한 접근으로 큰 위안과 위로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