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과 영어영문학을 공부하고, 예일대학교에서 러시아·동유럽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슬라브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등을 썼고, <브로츠와프의 쥐들> <브루노 슐츠 작품집> <스타니스와프 렘 단편선>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1998년 연세문화상에 <머리>가,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에 <호>가 당선되었으며,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에 이어 이듬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고, <너의 유토피아>로 2025년 필립 K. 딕 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다.
폴란드 미래주의 문학의 기수이자, 혁명적이고 급진적인 글쓰기를 실천한 시인·소설가·극작가, 그리고 공산주의자인 브루노 야시엔스키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는 전염병이 휩쓸어 폐허가 되는 ‘유럽의 심장’ 파리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 보이며 다양한 이들이 섞여 사는 자본주의 대도시의 생존이 위협받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대담하게 사고 실험한 소설이다.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후 인종·계급·이념에 따라 수많은 공동체가 분리되어 자치정부를 세우고 외부의 출입을 봉쇄한다. 급변하는 상황은 소외되었던 이들에게 전복을 도모할 기회가 되고, 이 틈을 타 억눌렸던 야심들이 치열하게 충돌한다.
한강 이후 서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정보라 작가가 기획·번역을 맡았다. 정보라 작가는 20여 년 전인 대학원생 시절 이 작품을 발견해 한국에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간직해왔다. 기이하고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현실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 책은, 다양한 정치적 가능성이 살아 숨 쉬며 격동하던 20세기의 뜨거운 에너지를 생생히 담아낸, 20세기 유럽을 대표하는 문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