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시조집을 쓰는 동안 내 가족 간의 진정한 사랑과 석곡초등학생들의 진면목을 세심하게 엿볼 수 있었습니다. 눈망울엔 총기와 따사로움이 그득하였습니다. 방실 웃는 얼굴, 활기차게 뛰노는 모습, 모두가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들을 메모하고 정리하여 동시조로 써 낼 때마다 보람을 느꼈고 더불어 행복했습니다. 주인공이 되어준 내 가족 손자 손녀와 석곡초등학생들이 내 이야기구나! 우리들의 이야기구나! 그런 공감이 가는 글을 써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인공들이 실제로 한 말 그대로 쓰인 글들이 있습니다. 시어로써 부자연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내 고향 숲길을 자주 오른다.
위아래 바싹 붙어 있는 눈썹도 못 보는 눈이 게으름을 부추겨 아예 나서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 지체장애자인 내겐 더욱 유혹이 심하다. 하지만 털 털 털고 일어선다.
앞만 보고 걷는다. 오르기 전 주제 하나를 정하여 묻고 대답하고 생각에 생각을 골똘히 하며 걷는다. 생각은 온통 한 주제를, 발걸음은 오로지 하나 둘 하나 둘이다. 그래도 한계점 데드 포인트에 도달하면 동요를 부르고 동시를 읊는다. 혼자 가는 길이어서 다행이지 남들이 보면 고개를 갸웃 하리라.
그제도 오늘도 숲길을 걸었고 그 동심은 시가 되었다. 동심은 나를 젊게 하고 시인의 길로 인도해주고 있다. 이 기쁨 보람이 나를 보듬어 주고 있다. 동심은 나로 하여금 꿈꾸게 하고 숲은 나를 힘차게 응원하여 주고 있다.
먼 훗날 내 손주들이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며, 우리 할아버지 최고! 하는 소리 듣고 싶어 동시를 쓰고 동시집을 펴낸다.
기도하는 자세로 살아 온 삶속 소소한 체험 풍정에서 느낀 지혜, 의지, 희망을 시로 표현하자 했습니다. 하지만 설레고 두렵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살아오며 쓴 시라서 푸념처럼 느껴질까 싶기 때문입니다
쉽게 읽히면서도 가볍지 않고,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생각이 깊어지는 시, 윗목에 밀쳐놓으려다 말고 끌어다 시집 끝까지 음미하며 읽혀지는 시로 써보자 했습니다. 각오가 그러했을 뿐이지 좋은 글 한 편 써내는 것마저 버거웠습니다.
한 오라기 위안을 삼는 것은 중증 지체장애인 내가 직접 체험하며 얻어낸 시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시 편마다 사유하고 퇴고를 거듭했습니다.
앞서가던 친구 뒤돌아 뛰어 마중 가고, 뒤따르던 친구 달려가 만나 나란히 발맞춰 등교하는 날이면 그날 그 반의 분위기를 알 것 같습니다. 등교하는 아이 얼굴 눈을 보면 언짢은 기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나 싶어 살며시 살펴보니 분위기 쾌청입니다. 아이들 두셋 이상 모이면 피는 웃음 바이러스로 엄마 품에 안겨있는 평온한 모습입니다.
작가가 가장 감사함은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작가 생애 중 반평생을 훨씬 넘은 세월을 중증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자주 눈물을 흘리고, 소리 없이 울다가도 어느 순간 감정이 복받치어 엉엉 울기도 참 많이 했지요. 불편한 몸이어서 슬퍼서 억울해한 눈물은 거의 기억에 없습니다. 불쑥불쑥 찡하게 생각나는 감사한 마음에 감사한 눈물이었지요. 한시도 잊지 않고 내 주위 모든 분께 그리고 내 주위 자연에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나아가는 힘
뭔가 잘하고 싶거든
아등바등 오르려 하지 말고
오로지 감사한 마음으로 나아가자.
지금 지닌 건강한 몸을 감사하고
할 수 있다는 의지에 감사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내게 늘 감사하자.
감사하는 마음에 즐거워지고
즐거움을 감사히 즐기다 보면
바라는 꿈은 한발 한발 꼭 이루어지리니
난 할 수 있어 자신감을 깨우고
작은 느낌을 감사히 즐거워하리.
즐기다 보면 그 꿈은 이루어짐을 믿는다.
「나아가는 힘」은 작가가 지금껏 살아온 버팀목이요 신조이다. 지금껏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오게 해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며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