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페리의 선택은》 허구적인 이야기로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 아니다. 독일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는 이른바 비혼임신, 혼외임신과 부부의 임신을 차별하지 않는다. 미혼모라는 비난도 없고, 사회적 불이익도 없고, 사회보장제도도 잘 갖추어져 있다. 따라서 페리의 선택은 결코 비현실적인 결정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사회는 오직 결혼한 부부의 임신과 출산만 인정한다. 그 외의 경우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라면 페리는 ‘10대 미혼모’라는 낙인과 함께 첩첩산중의 험난한 육아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사실 부모님에게 감히 임신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가능한 한 숨기려고 애쓸 것이다. 임신에 있어서만큼은 부모님도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딸의 임신을 수치스러워하는 부모님이 퍼부을 비난의 화살이 두려운 소녀는 오랜 시간 전전긍긍하다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든다. 그 결과 우리는 뉴스에서 혼자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아 버리고 간 10대 소녀의 이야기, 그보다 훨씬 더 경악스러운 영아 살해 사건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 그리고 사건들은 으레 ‘비정한 모성’이라는 표현, 또는 ‘청소년의 무분별한 성관계로 인한’이라는 해설이 따라붙는다. 이처럼 임신한 십대나 여성에게 임신, 출산, 육아, 부모의 책임, 윤리 판단 등, 모든 것을 다 떠넘기며 생명 존중을 경시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 부조리하다. 미혼모를 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고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산모와 영아를 둘러싼 지극히 불행한 사건들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생명은 귀하다. 그렇기 때문에 태어나는 환경에 따른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며, 그러기 위해 우선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