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의 가장 큰 환경은 흙과 땅이었다. 아직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땅을 덮기 전인 6,70년대 시골마을은 맑은 날은 흙바람과 흙먼지로 버석거렸고 비 오는 날은 진흙땅으로 온 동네가 질컥거렸다. 나는 그때 조부께서 친히 흙 반죽으로 지으신 붉은 흙집에서 살았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아무렇게나 잘 자라는 잡풀처럼 나는 외로움이나 무료함을 투정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산으로 마을로 끄지르며 비보호 상태로 다녔다. 그늘 아래 주저앉아 흙뭉치 한 움큼 쥐어 이리저리 뿌리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