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때를 기다릴 줄 알았으며,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 필요할 때는 한 발 물러서지만 때로는 강하게 권리를 주장할 줄 알았던 지도자. 평소에는 민생을 살피며 소탈한 생활로 아버지와 같은 친근한 이미지를 고수하다가도 결단의 순간에는 국제 정세를 살펴 단호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조용하면서도 강한 지도자. 호치민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리더십의 덕목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어느 때보다 훌륭한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커져 있는 때이다. 이 책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사랑에 관한 소설을 요청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랑에 관한 글을 써본 적 없다는 것이었다. 여러 경로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읽고, 보고, 들었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 지구에 오십억이 넘는 사람이 있다면 존재하는 사랑의 종류 또한 오십억 개라는 것. 삶과 죽음 사이에 들어 있는 사람의 모든 일이 또한 사랑 안에 들어 있다. 사랑은 저마다의 사랑이어서, 개별적이고 유일하다. 그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들어 있다. 사랑은 때로 아프고, 때로 삶의 위에 군림하며, 또 때로 폐허로 이끌었다. 사랑할 때 우리는 누구나 그 사랑이 행복할 거라 믿지만 결국 사랑은 다만 불가능에 대한 사랑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맨발 위에 짙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럼에도 또 우리는, 사람이어서, 사랑을 하게 된다. 오십억 개의 사랑. 그것을 한꺼번에 뭉뚱그려서 사랑, 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아무려나. 사랑이니까.
나는 왕십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가장 먼 기억 속에서 왕십리는, 하늘 아래 첫 동네입니다. 지상에서부터 끝도 없이 이어진 좁고 가파르고 더러운 계단들을 밟아 오르면, 거기에는 가난하고, 억눌리고, 가슴속에 분노와 화, 그리고 슬픔이 가득한 삶들이 오글오글 모여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왕십리에 살고 있습니다. 그 옛날 하늘 아래 첫 동네라 생각했던 달동네에 그대로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재개발로 온통 아파트 천지가 되어 버린 이곳은 여전히 지상에서부터 한참이나 올라온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마도 내 문장과 이야기들은 내가 태어나고 살았던 왕십리에서 자유롭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아무리 창공을 휘저으며 날아 다닌다고 해도 저 발밑 더러운 개울물 속에 내 태가 잠들어 있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