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몇 명의 용의자, 도처에서 등장하는 단서 그리고 독자를 낚는 데 쓰이는 다수의 미끼……. 내가 생각하기에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셜록 홈스와 에르퀼 푸아로의 계보를 잇는 정통 탐정물이라는 것이다. 호손은 홈스나
푸아로에 비하면 개인적인 매력은 좀 떨어질지 모르지만 탐정으로서의 매력은 넘쳐 난다. 중간에 호로위츠가 모든 사태를 간파하는 실마리가 될 단서를 하나만 알려 달라고 하자 그가 소설을 쓸 때 그러듯 살인 사건을 해결할 때도 먼저
패턴을 찾으라고 일갈하는 대목에서 언뜻 홈스의 영민함과 재수 없음을 동시에 느낀 사람이 나 혼자였을까?
호로위츠는 새로운 미스터리 시리즈를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서 추리 소설의 오래된 공식을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착안한 것이 일인칭 시점이었다고 한다. 그의 말마따나 여러 면에서 애거사 크리스티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휴대 전화 문자 메시지나 CCTV 같은 요즘 기술을 등장시키고 노인 고독사 같은 문제도 다루었으니, 고전적인 포맷 안에 현대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하겠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탐정 소설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했다. 그야말로 〈정통 미스터리〉다. 호손과 호로위츠는 홈스와 왓슨 또는 푸아로와 헤이스팅스의 조합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