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자와 우시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쓰는 작가다. 소소한 일상 속 대화들이 소설 속에서 빛을 발하며, ‘리얼’한 감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런 고민들을 한번쯤은 또는 매일하기도 할 것이다. 동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멈춰 서게 된다. <국가대표>에 나오는 고등학생은 국가대표가 될 재능이 있어도 국적 문제로 대표 선수에 발탁되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그런 그에게 국적은 귀찮고 번거로운 문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재일교포들이다. 그러나 가족과의 미묘한 관계, 사회와의 괴리감, 치매에 걸린 조부모에 대한 불편함과 자책감 등은 보편적으로 우리가 겪는 문제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런 보편성이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작가가 살아오면서 만난 다양한 인생들이 녹아들어 있는 연작집이다.
서른이 넘어 일본에 사는 ‘독신 한국 여성’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거나, 아니면 한국으로 혹은 또 다른 외국으로 떠난다. 일본에 정을 붙이지 못해서, 또는 일자리 트러블로, 또는 한국에 가족이 있어서 등등 그 이유는 다양하다. 제도적으로 일본처럼 이민을 일절 받지 않는 시스템 속에 이방인의 신분을 유지하며 주체적으로 오래 남아 살기란 쉽지 않다. 주인공 리는 서른아홉이다. 마흔이 코앞이지만 결혼을 할 생각은 없다. 스물아홉과 서른아홉은 다르다. 서른아홉, 결혼에 대한 꿈도, 인생에 대한 꿈도 접은 나이, 그러나 삶을 살아가는 자세 하나만큼은 조금 단단해지는 그런 나이다. 리는 전신 제모는 고려하지 않지만 다리털은 신경이 쓰이는 평범한 여성이다. 결혼보다는 가끔 만나는 남자가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복수의 상대가 있다. 소설엔 쓰지 않았지만, 한 남자만 사귈 때도 있을 게 분명하다. 리는 외롭지만, 그 외로움을 남자가 채워주리라곤 생각하지 않으며 외로울 때 누군가가 있어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복잡한 요물이다. 누군가는 문란하다며 리에게 돌을 던질지 모른다. 누군가는 이 페미니즘의 시대에 남자를 포기하지 못했다며 코웃음 칠지도 모른다. 리는 그저 자신의 상황을 즐기며 살아갈 뿐. 리는 연애가 즐겁고, 한 사람과의 연애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 리의 서른아홉 번째 생일을 엿보는 마음으로 썼다. 앞으로 리가 도쿄에서 얼마나 더, 또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나 역시 궁금하다.
2년 안에 가게의 절반이 문을 닫는다는 도쿄에서 오다 씨는 요리를 배운 적도, 경영을 전공한 적도 없으면서 무려 10년간 장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열정, 각지의 채식 식당을 찾아가 먹어보는 집요함, 가게에만 얽매이지 않고 잡지 편집과 음악 앨범 제작 작업에도 손을 대는 자유로움이 오늘의 나기식당을 만든 게 아닐까.
《애매한 사이》의 주인공은 평범한 여성들이다. 그들에게는 ‘가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집을 구하기 어려운 탓에 셰어하우스에 산다. 붙박이장 안에서 살아가는 여성들. 한국의 고시원이 차라리 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난한 일본 여성들의 삶을 보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일 관계는 ‘최악’이라는 단어로 종종 표현되곤 한다. 사실 30년 가까이 일본에 살면서 이런 단어는 여러 번 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정도가 심해진 것 같다. 한일 교류가 끊기지 않기를 바라며, 특히 최근 활발해진 문학 교류가 정체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일본 전철에서 한국어로 쓰인 책을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바란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길거리에서 일본어가 오가도 눈치 주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물리적으로 이렇게 가까운 두 나라가 반목하지 않기를. 더불어 한일 여성들의 연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이 작품이 그 연대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