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이들』이 쓰여지기 시작한 곳은 병실이었다. 처음에는 원고지 60매짜리 단편이었다. 몇 년 뒤, 내 시집을 만든 출판사의 독립문예지 《베개》에서 일부를 선보인 것이 지금의 1장이다. 언젠가 장편으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런 이야기로 완성할 생각은 없었다. 이 이야기는 2023년 버전 『태양의 아이들』로 정의하고 싶다. 그러니 언젠가 또다시 『태양의 아이들』을 전혀 다른 이야기로 써 낼지도 모른다.
‘지금에 존재하기’만 하는 것은 인간 설계 과정에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로 향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미래로 향하는 길은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길, 보이지 않는 길, 알 수 없는 길이기 때문에 말동무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본다. 나는 인간이 함께 걸으며 ‘성장하기’로 설계되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느 날,
당신도
당신 안에 까만 사과 씨앗처럼 앉아 있는
어여쁜 아이를 발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