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무당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은 편입니다. 사이비라는 인식도 강하고, 굿을 통해 넋을 달래는 과정이 다른 종교에 비해 세련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지요. 이 책을 펼치신 분 중엔, 길에서 사이비 신도에게 붙잡혀 고생해 본 분도 계실 겁니다. "일이 잘 안 풀리시지요? 그게 다 조상님을 모시지 않아서……." 라는 단골 멘트는 사실 저도 여러 번 들어 보았습니다. 사이비에게 붙잡혀서 "기운이 맑으신데", "조상님이 등 뒤에 서 계시는데" 같은 말을 들을 때면 황당함에 웃음이 나오곤 했답니다.
그런데 사이비가 인용하는 이 '조상님을 모시지 않아 운수가 안 좋다'라는 말은 정말로 무속에서 비롯된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 전통 무속의 입장과 핵심적인 것이 다릅니다. 바로 모셔지는 조상님 쪽은 후손의 등골까지 뽑아가며 젯밥을 받아먹고 싶어 하지 않으리라는 점이지요. 참된 조상님이라면 후손에게 부담 가는 행동을 하고 싶어 하지 않으실 겁니다.
저는 평소에도 무속에 관해 퍼진 오해와 편견을 지우고, 올바른 지식을 전파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또한 무속인이자 작가인 특수함을 살려 저만의 작법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러한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버킷리스트 하나가 이뤄진 셈이네요. 저에게 영광된 기회를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제가 가진 지식을 보다 쉽게, 더 유쾌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