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훈
1857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유학을 공부하고 벼슬길에 올랐으나, 고종황제가 강제로 폐위되는 등 일제의 조선 침탈이 본격화되자 1907년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망명하였다. 이후 난징南京·광둥廣東 등을 거쳐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다가 1927년 사망하였다. 그는 19세기 말 조선에서 고명한 성리학자이자 관료였는데, 중국 망명 이후 한편으로는 도교 내단학을 연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양 학문을 수용하여, 동아시아 전통 철학(유·불·도)과 서양철학을 아우르는 철학 체계를 구축하였다. 그는 전 세계에서 물질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열강들이 각축하는 역사적 단계를 지나면, 지구 행성環球이 하나의 민주·공화 세계정부로 통일되고 항구적인 평화를 구가하는 정신문명 시대가 도래한다고 보았다. 20세기 초부터 2백 년 내에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고 예견하고, 정신·심리·도덕·정치 네 방면에서 문명 전환에 필요한 철학 원리와 실천 방안을 논구하였다. 근대 개화기 중국 지식계와 정관계의 명사들이 그의 문하에 즐비하였고, 캉유웨이康有爲·옌푸嚴復 등의 저명한 사상가들이 그와 교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1920년 베이징에서 출간한 『정신철학통편』이 그의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