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는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책 『아폴로의 눈』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문학은 행복의 행태들 가운데 하나”이며, “체스터턴만큼 내게 행복한 시간을 많이 안겨 준 작가는 없을 것”이라고. 체스터턴은 보르헤스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작가를 언급할 때 빼놓지 않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내게는 『아폴로의 눈』보다 보르헤스의 서문이 더 기억에 남아 있다. 평론가와 독자의 자리가 거기서 행복하게 겹쳐 있기 때문이다. 체스터 턴을 소개할 때의 보르헤스는 평론가지만, 그의 책을 읽을 때의 보르헤스의 행복감은 오롯이 독자의 것이다. 나는 문학 평론가의 자리에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썼지만 이 책의 대상이 된 작품들을 읽을 때 나는 행복한 독자였다. 이 이중성이 이 책을 읽을 소수의 독자 분들께도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