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으며,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린이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나도 곱슬곱슬 파마해 줘!》《때 빼고 광 내고 우리 동네 목욕탕》《미생물의 신비, 발효》《우리 풍습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천연기념물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등이 있습니다.
미장원 놀이를 추억하며
처음 머리를 자르러 간 곳은 미장원이 아니라 이발소였어요. 어릴 적 살던 동네에는 이발소만 있었거든요. 요즘은 미장원이 훨씬 많은데 말이죠. 이발사 아저씨는 남동생과 내 머리를 똑같은 모양으로 깎아 주었어요. 뒤통수 아래를 파르라니 깎은 상고머리였지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같은 반 친구는 긴 머리를 곱게 빗어서 양 갈래로 땋고 다녔고, 내 짝꿍은 살짝 파마한 머리였거든요. 그런데 나는 남자애처럼 상고머리라니……. 너무 창피해서 학교도 가기 싫었어요. 나는 머리를 기르고 싶었거든요.
“머리에 이가 생겼는데 어떻게 머리를 길러!”
내가 머리로 투덜거리자 엄마가 야단치듯 말했어요. 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너무 속상했어요. 그때는 머릿니가 아주 흔했어요. 그래서 우리 자매와 친구들은 대부분 짧은 머리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상고 머리 아니면 바가지 머리였죠. 아마 그래서 지금도 긴 머리를 즐겨하는지 모르겠어요.
동네 입구 삼거리에 미장원이 생기고 엄마랑 같이 갔던 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미장원에는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하고 재미난 것투성이였어요. 불에 달구어 머리카락을 돌돌 마는 고데기, 파마를 마는 뼈다귀 같은 막대기, 노랑 고무줄이 수북이 담긴 바구니, 파마를 마는 누런 종이, 함지박만한 보자기를 머리에 쓰고 앉아 있는 아줌마,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건 미용사 아줌마가 만들어 내는 고데 머리였어요. 고데 머리를 한 엄마는 정말 예뻤거든요.
미장원을 다녀온 뒤로 우리 자매는 소꿉놀이, 학교 놀이는 안 하고 미장원 놀이만 하며 놀았어요. 파마 뼈다귀 대신 아카시아 줄기를 따다가 하고, 양초에 쇠 젓가락을 달구어 머리카락을 돌돌 말다가 태우기도 했지요. 어느 날은 문구용 가위로 동생 머리를 잘라 주었어요. 진짜 미용사가 된 것처럼 신나고 떨렸어요. 다음 날, 학교에 다녀온 동생이 난리가 났어요. 담임 선생님이 보더니 “희선아, 너 머리 어디서 잘랐니? 너무 삐뚤다.” 하더래요. 미장원 놀이 하면서 언니가 잘라 줬다고 말은 못 하고 창피해서 고개만 숙였대요. 우리 자매는 요즘도 그 얘기를 하면서 깔깔거려요.
요즘 미장원에 머리하러 가면 가운도 입혀 주고, 음료수도 주고, 손톱에 매니큐어도 바를 수 있어요. 파마 기계도 여러 가지고요. 아참, 알록달록 원하는 색으로 염색도 하죠. 규모나 기계는 달라졌지만 미장원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를 변신시켜 주는 마술 가게 같아요. 생머리를 꼬부랑 파마머리로, 긴 머리를 짧은 커트 머리로, 검정 머리를 노랑 머리로……. 아주 가끔 머리 모양이 마음에 안 들게 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변신 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장원은 기분 좋은 곳이에요.
우리는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그 바람을 머리 모양 바꾸기로 실현시켜 주는 미용실,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 미장원은 아마 영원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