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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혜경

출생:1964년

최근작
2024년 9월 <근대 일본 종교학의 태동과 분기>

이혜경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부교수. 중국 근대 세계관의 동요와 그에 따른 윤리 의식의 동요에 관한 논문으로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근대 전환기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윤리의 전환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천하관과 근대화론: 양계초를 중심으로』(2002), 『량치차오: 문명과 유학에 얽힌 애증의 서사』(2007),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2008), 『근대 한국 지식인의 여정: 보편원리와 새로운 윤리의 요청』(2024) 등을 펴냈으며, 옮긴 책으로는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중국 사상』(2003), 『송명유학사상사』(공역, 2005), 『맹자사설』(2011), 『신민설』(2014), 『철학과 국가: 제국대 교수의 근대일본 만들기』(공역, 202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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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황종희가 꿈꾸는 도덕정치> - 2017년 6월  더보기

머리말 중에서 황종희는 도덕적인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유학의 도덕주의 전통 위에 있다. 그러나 그는 좋은 사회를 만들 책임을 지고 도덕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 사람이 일부 엘리트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면에서 엘리트주의를 벗어나 있다. 그 점에서 황종희가 보여 주는 좋은 세상에 대한 청사진은 유학이 현대사회에 제시해 줄 수 있는 도덕적 사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황종희는 명나라가 무너지고 청나라가 중원에 대신 들어서던 그 현장에서 살았다. 그는 자신이 몸담은 공동체의 운명을 자기 개인의 운명과 분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조국이 멸망하는 것을 온전히 자신의 일로 체험했다. 쓰러져 가는 조국을 붙들어 세우기 위해 가산을 털어 무력 항쟁하는 것도 불사했다. 그 와중에 아버지를 잃고 스승을 잃었다. 이어 자식과 손자가 자기 앞에서 죽는 것도 지켜봐야 했다. 아버지는 썩은 명의 조정을 어찌해 보려다 모함을 당해 옥에서 죽었고, 스승은 명의 멸망을 확인하고 식음을 끊고 죽었다. 동생은 항청 운동 중에 체포되어 죽었고, 그의 아들과 손자는 도피생활 중에 병으로 죽었다. 가족을 따라 죽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죽을 수 없었다. 죽기 전에 자신이 겪은 비극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에게 준 과제는 그 비극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해명하고, 그럼으로써 이후의 역사에서 그 비운의 구름을 걷어 내는 것이었다. 그는 온힘을 다해 공부했다. 그리고 그가 찾은 길을 후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자 했다. 언제나 자기 시대가 위기라고 느끼는 것일까? 매 순간이 위기인 것 같은 오늘날이다. 우리는 황종희에게서 무엇이든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그는 이른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흔들린 위기 속에서, 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기 때문이다. 황종희는 공자와 맹자의 후예를 자처한 유학자였지만, 특히 맹자가 낙관한 정치적 전망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었다. 맹자가 남긴 책 『맹자』에는 유학의 이상적 정치와 그 근거가 되는 인간본성론이 담겨 있다. 맹자는 천성적으로 갖는 나의 선한 마음이 세상의 평화를 가져올 근원이라는 윤리-정치 이론을 전개했다. 즉 그는 인간이 가진 선한 마음의 힘을 믿었으며 그 마음의 힘에 의한 정치에 대해 낙관했다. 그러나 황종희가 겪은 현실, 그리고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한 역사는 피와 부조리로 가득 찬 것이었고, 세상을 피로 물들이는 데는 한 사람의 도덕적 허약함으로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그는 맹자의 선한 본성 이론을 계승한다. 선한 본성을 발휘하고 사는 것이 사람에게 가장 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선한 본성은 주희(朱熹)가 말하듯이 우주적 진리가 아니었다. 그는 사람이 타고난 선한 본성은 전광석화처럼 혹은 끊어진 물줄기처럼, 반짝하다 사라질 수 있는 작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역사가 보여 주듯이 선한 마음은 있다 하더라도 너무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선한 본성이 아무리 허약하더라도 그것만이 밝은 미래를 열어 줄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도덕적 허약함이란 누구나의 사정이기 때문에 도덕적 타락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사회는 서로의 선함을 인정하고 동시에 서로의 이기심도 인정하며, 선함을 키우고 이기심을 경계해 주면서 더불어 성장해 나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 황종희는 유학의 전통 위에 있다. 황종희에게 그 의미는 도덕적 힘과 도덕적 성장을 중시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도덕적 힘을 중시한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겠다는 의지이다. 도덕적 성장은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황종희에게서 오히려 우리에게 현실적인 민주주의의 실천방식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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