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말
25년간의 법률실무가 활동을 그만두고 학교에 부임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년 반이 흘러 정년퇴임하게 되었다. 그동안 주로 금융과 기업재무에 관한 법을 강의하였다. 넓은 의미의 금융법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에는 법과대학에서 증권거래법과 상법연습을 강의하였다. 법학전문대학원이 출범한 후에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금융거래법, 기업재무와 법 그리고 법조윤리를 담당하였고, 일반대학원에서는 금융법의 세부적인 주제와 관련 상사법을 더 깊이 있게 다루었다. 연구는 강의과목과 같은 분야에 치중하여 실무를 통하여 가지게 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연구는 더 알아야 할 것과 더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음을 깨닫게 하는 과정이었고, 실무가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새로운 의문도 제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책 제1편 “금융?기업재무와 법”에 수록된 논문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금융거래에 대한 법적 규율은 그 금융거래에 내재된 위험의 인수와 이전 기능을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08년 10월 리먼브러더스가 도산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는 시기에 쓴 “서브프라임 대출관련 금융위기의 원인과 금융법의 새로운 방향 모색”(2008)은 금융거래의 위험이전 기능에 주목하여 이에 적합한 법적 규율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생각은 그 후의 연구에서도 계속되었다. “인수인 면책약정의 효력”(2017), “타인명의 자기주식 취득과 ‘회사의 계산’”(2018)과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손실보전약정과 강행법규?사회질서 위반”(2019) 등이 법적으로는 각각 다른 쟁점을 다루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관련된 금융거래의 위험인수와 이전 기능을 파악하고 이에 상응한 법적 규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둘째, 금융거래의 내용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통념을 깨고 타당한 법적 규율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상법상 사채의 속성”(2012), “타인명의 자기주식 취득과 ‘회사의 계산’”(2018)과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손실보전약정과 강행법규?사회질서 위반”(2019)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수한 사실관계에 일반적인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신디케이티드 대출에서 대리은행이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2013)도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금융위기의 발생과 금융의 혁신에 따른 금융법의 발전을 다루고자 하였다. “1997년 경제위기와 IMF 구제금융이 금융법에 미친 영향”(2014)과 “서브프라임 대출관련 금융위기의 원인과 금융법의 새로운 방향 모색”(2008)은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루었고, “상법상 사채의 속성”(2012), “타인명의 자기주식 취득과 ‘회사의 계산’”(2018)과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손실보전약정과 강행법규?사회질서 위반”(2019)은 새로운 금융거래의 등장에 따라 기존 법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 책 제2편 “법률가의 의무와 책임”에 수록된 “이른바 현관예우?관선변호 현상에 대한 법적 고찰”(2011), “법관?검사의 징계사례에 관한 연구”(2014)와 “법관의 이익충돌”(2017)은 사법제도가 공정하게 운영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기 위한 법적 장치에 대한 연구로서 현상에 대한 분석과 아울러 법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의 법적 성격과 규제”(2013)는 법률시장의 개방을 위하여 제정한 외국법자문사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합리적인 해석과 바람직한 입법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책에 수록된 논문들이 발표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 현재는 법제도가 변한 부분도 많으나, 편집상 통일을 기하기 위한 수정, 오탈자 교정과 약간의 사소한 표현 수정 정도만 하고 원래의 논문을 그대로 수록하였다.
이 책에 수록된 대담에서 언급했듯이 무사히 정년퇴임하게 된 것은 연구와 교육에 몰두하게 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의 응원, 그리고 선후배, 동료 교수들과 학생들의 도움 덕분이다. 논문 작성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때로는 기본 아이디어만 가지고 때로는 초고를 만들어 토론하거나 발표하여 유익한 의견을 들었다. 모두 감사드린다. 물론 논문에 남아있는 잘못은 모두 저자의 몫이다. 정년퇴임 논문집 발간을 추진하여 주신 정긍식 법학연구소장님과 편집과 제작에 애써주신 조성호 이사님과 김선민 이사님 등 박영사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2020년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