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나는 홍역을 앓았어. 열이 펄펄 나고 입이 바싹 마르고 꼼짝도 할 수가 없었지. 끙끙 앓고 있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눈을 떠 보니 말라깽이 친구가 내 머리맡에 앉아 조근조근 애벌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그때 그 기쁨이라니!
지금 생각해보니 말라깽이의 이야기는 나에게 꿈이고 희망이었어. 이제 나도 내 친구처럼 여러 친구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눠 주고 싶어. 수학 시간만 되면 주눅이 드는 친구들에게, 엄마에게 꾸지람을 들어 시무룩한 친구들에게, 일기만 쓰려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친구들에게, 또 놀림을 당해 속상한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내 친구 말라깽이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