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나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 『실천문학』에 소설을, 2007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얼룩의 탄생』 『목성에서의 하루』, 소설집 『그녀가 보인다』 『누가 뭐래도 하마』, 연작소설집 『어디에도 어디서도』, 장편소설 『내 이름은 술래』 『노라와 모라』, 시소설집 『뜻밖의 의지』(공저) 등을 펴냈다.
원고를 다시 펼쳐보기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사소한 기록들이다.
가끔 몸속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났다.
먼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올 때, 한밤의 도로 위에서 혼자일 때, 어두운 전나무 숲길로 걸어 들어가던 때,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고 사라진 꿈들을 쫓을 때,
종이 울었다.
변한 것은 없다.
오늘도 종이 우는 소리를 종이 위에 옮기는 나날들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에 매듭을 짓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부엌에 딸린 작은 방에서의 몇 해를 기억한다.
불을 끄고 누우면 창밖의 담벼락 밑을 지나가는 사람들로 밤이 환했다. 가로등과 그 담벼락을 서성이던 이야기들. 사랑하고 싸우고 울다 끝내 헤어지던 이야기들. 두근두근 가슴이 뛰던 그 방을 기억한다. 가끔 그 방의 어둠 속에 눕는 꿈을 꾼다,
여전히.
나는 위장에 서툴고 그 위장은 종종 오독을 부른다. 또한 오수 속의 꿈이 오독과 오기로 치부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할 말이 없다.
이건 사소한 꿈의 기록이니까, 부끄럽지만.
부끄러움을 손으로 감출 수 있다면 세상은 좀더 아름답고 따뜻해질 거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런 날에는 내 말들이 진심으로 진심처럼 들리기를. 한밤의 발소리에게, 조등처럼 환한 세상의 뒷모습에게, 자신의 심장 소리를 나눠준 당신에게,
이 인사가 제대로 전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