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서커스에 대하여
그림책을 만들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구상하는 것은 아주 즐겁습니다. 저는 거리나 지하철 안에서 개성적인 사람들을 발견하면 머리모양이나 옷차림, 얼굴의 느낌, 분위기 등의 특징을 스케치합니다. 그리고 그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모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 새로운 그림책 속에 등장시키고는 해요.
『동물 서커스』는 이야기 자체는 금세 만들었지만, 사회자를 어느 동물로 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원숭이를 생각했으나, 그림을 그려보니 지나치게 평범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사자를 하자니 지나치게 압도적인 느낌이었죠. 여러 동물을 그려 보았지만 딱 맞는 동물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손님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사회자를 어떤 동물로 해야 좋을지 고민하며 스케치 노트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바다표범 같은 얼굴을 한 아저씨 그림에서 눈길이 멈추었습니다. 이거라는 느낌이 왔고, 그렇게 검은 양복에 실크 모자를 쓰고 분홍 넥타이를 한 바다표범 사회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제각기 다양한 개성을 가진 동물들이 벌이는 동물 서커스를 독자 여러분이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