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하철역 사거리에서 한 여자를 보았다. 어둠 속에서 더 진한 어둠을 품에 안고 있는 여자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여자는 바람에 흔들리는 피켓을 힘겹게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그 피켓을 읽고 눈을 감았지만 그녀의 어둠과 고통을 내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여자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보다 태연하게 여자를 지나쳐 가는 사람들이 더 두려웠다.
또 다른 어느 날의 기억. 같은 사거리 건너편에서 유모차만 보이면 쫓아가는 여자를 만났다. 겨울 햇살이 그녀의 이마에 머물자 여자는 자신이 누군지도 잊어버린 듯 해맑게 웃었다. 그 천진한 미소에 나는 가슴이 아렸다.
나는 어둠에 매혹을 느끼는 사람이지만, 그녀들에게 작지만 환한 빛이 비추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