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 옆에 앉은 내 자리는 명당
뒷문을 열어놓는다 바람이 들어와 나를 깨운다
그 바람에 벚꽃이 호로록호로록 떨어지고
그 바람에 산 찔레꽃 향기가 들어오고
나무들 살이 오르고 키 큰 후박나무 꽃이 보이고
판서하다 돌아서는 선생님과 눈만 마주치지 않는다면
호박벌 들어왔다 나갈 때 검은 궁둥이에 붙어
잠시 나가 놀다 들어올 수도 있다
―「자리 바꾼 날」 중에서
18년 만에 만드는 두 번째 詩集이다. 자리를 바꾸려 한다. 호박벌 궁둥이에 올라탔다. 어디로 갈까? 무탈하게 여기까지 온 일, 두루두루 감사한 일이다. 어디든 명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과 함께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