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나름 성공이라는 날개를 펼칠 무렵 의외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운동으로 풀던 버릇이 있었는데, 어느 날 좋지 않은 기분으로 농구를 하다가 크게 다친 것입니다. 거의 6개월을 고생 고생하며 치료했지만 정신적인 후유증인지 무기력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옥을 닮은 산사에 머무는 잠시 동안 깊은 평온을 경험한 저는 여우에게 홀린 나뭇꾼처럼 절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부처님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저의 사연을 불교계 신문사인 법보신문에 싣게 되었습니다.
사연을 계기로 법보신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저는 본격적으로 불교 공부를 했습니다. 마치 못다 한 숙제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5년 전에 부처님 이야기를 김재일이라는 중생이 기록한다는 뜻으로 '재일기'라는 만화를 연재하게 되었고, 매주에 1회씩 190편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인연이 되어 지금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의 삶에 불교는 등불입니다. 불교를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감로수였고, 철학의 문을 여는 만능열쇠입니다. 덕분에 저는 이 책에 글과 그림을 쓰고 그리면서 아픔의 많은 부분들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깨달음은 아직 미약합니다.
부처님은 '인생은 고통이다'라고 끝내신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방편으로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 나 자신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여여하게 살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신다는 정도를 알 뿐입니다.
성철스님은 '돈오돈수'를 설하셨습니다.
'완전한 깨달음에는 더 이상 깨달을 것이 없다. 단박에 깨달은 다음에는 그걸로 완전무결한 것이다. 그 깨달음을 영원히 하기 위해 수행을 한다면 그것은 깨달은 것이 아니다!'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플 때 아파할 줄 알고, 즐거울 때 즐거울 줄 알며, 그 하나하나가 둘이 아님을 알고 사는 마음, 그것이 깨달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열심히 운동하면 생겼다 운동 안하면 사라지는 근육과 같은 깨달음입니다. 하루하루 노력해야만 하는 깨달음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나중에라도 대오각성하여 성철스님이나 부처님의 경지를 만나고 싶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처럼 불교의 정수를 하나하나 맛보는 기쁨이 너무나 크기에 항상 공부하고 정진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