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거의 모든 글들은 쓰지만 사랑만큼은 달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정작 글을 잘 쓰지 못한다.
그 사람한테로 풍덩 빠져서 지내기에.
종이책으로는 『이판사판 공사판』 『별은 하늘에서 빛나야 아름답고, 당신은 내 안에서 빛나야 아름답습니다』 『연애학개놈』 등이 있고, 전자책으로는 『新 닥치고 책읽기, 책과 사람의 거리가 사람들과의 거리다』 『고장난 가슴에 불꽃이 된 너』 등이 있으며, 웹소설로는 『잘 키운 띠동갑 연하남』(카카오페이지 연재) 『널 갖고 노는 재미』(원스토어 북스 연재) 『음란의 발견』(저스툰코미코 연재) 등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점서부터 시와 산문은 잘 쓰지 못했고,
제가 쓰는 소설은 웹소설로 진보했으며,
그 장르는 모두가 로맨스였습니다.
글이라고 해서
다 같은 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책의 종류가 다양하듯이
글을 세분화시켜 보면 그 또한 다양합니다.
소설 장르 하나만 따져보더라도
일반적인 소설에서부터 로맨스,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 추리,
공상 과학… 등 매우 다양합니다.
판타지 소설 역시 현대 판타지, 게임 판타지,
역사 판타지, 무협 판타지, 퓨전 판타지… 등등
머릿속이 매우 복잡해집니다.
*
저는 원래 시인으로 먼저 데뷔했는데
지금은 현대 판타지 소설까지 쓰고 있으니,
시인이라는 그 말을 들을 적이면
저 역시 제가 미심쩍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거 하나만 보더라도,
사람의 미래는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는 게
정답인 듯합니다.
10년간의 절필 끝에
다시금 글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앞으로는 시만 쓰면서 살겠노라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는,
사람들은, 심지어 저조차도
시와 시심詩心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
이 책의 표제가 된 <아름다운 눈>은
첫 시집에 실려 있는 시를 그대로 가져와서 썼습니다.
<다시, 아름다운 눈>은 예전의 ‘아름다운 눈’을 떠올리며
새로이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시집이라고 하기에도
그렇다고 산문집이라고 하기에도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다시,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다시, 시’로 가기 위한
아름다운 저의 몸부림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름다운 눈> 외에 몇 편을 제외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은 새로 쓴 글들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사랑을 하면서,
이별을 하면서 썼던 글들이고
소설을 쓰면서,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서 썼던 글들입니다.
이 책에 실린 새로 쓴 모든 잡문들은
한곳, 한자리에서 썼던 글들이 아니어서
뜨문뜨문, 느릿느릿,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보잘것없는 잡문들이지만
제 나름의 강렬함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초심을 다잡기 위해서라도
좀 더 인상적인 글 한 편 한 편을
이 책에 싣고 싶었습니다.
*
그렇습니다.
제가 <작가의 말>이라는 이 페이지들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바로 초심이었습니다.
지금은 주로 소설을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시도 많이 쓰겠습니다.
그래서 시인이라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제 스스로가 느끼기에 미심쩍고 부끄럽지 않은,
그런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계속해서 글을 써나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간다는 것 자체가
그게 무엇이든 간에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 쉽지 않은 이 일 때문에
기쁨도 느끼고
보람도 느끼고
희열도 느낍니다.
무엇보다
모자라고 부족한 제 글들을 찾아내
깊이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을 멀리서나마 바라볼 때,
저는 가장 큰 행복을 느낍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2020년
내 인생의 최고로 좋은 날을 맞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