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의 대성인으로 8세기 인도 우디야나국의 왕자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나란다 불교대학에서 전통 불교를 전수받았고, 오늘날의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 등지를 두루 다니면서 여러 스승을 따라 수행했다.
깨달음을 얻은 후, 티베트의 티송데첸 왕의 요청으로 티베트에 건너왔다. 티베트 밀교 역사상 최고의 대성취자로서 티베트 사람들은 그를 문수보살, 금강수보살, 관음보살 세 존자가 합일한 화신으로 믿고 있다. 또는 제2의 붓다라고 칭하기도 한다.
파드마삼바바는 뛰어난 비밀 교법을 여럿 남겼는데, 주로 바위틈이나 동굴 등에 숨겨놓았다. 교법을 통한 깨달음에는 시기가 있기 마련인데, 그때까지 경전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숨겨진 경전을 ‘복장’이라 하고, ‘테르퇸’이라 불리는 전문 발굴자가 시기에 맞게 경전을 찾아내어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파드마삼바바의 경전 중 가장 잘 알려진 『티베트 사자의 서』는 14세기에 카르마 링파에 의해 처음 발굴되었고, 티베트 일대 국가에 전파되었다가 20세기 초 옥스퍼드대학 교수였던 에반스 웬츠에 의해 서구사회에 소개되었다. 이 비밀의 경전을 접한 심리학자 카를 융은 ‘가장 차원 높은 정신의 과학’이라고 극찬하며 직접 장문의 해설을 쓰기도 했다.
완전하고 순수한 법력으로 ‘연꽃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으로 불리는 파드마삼바바는 여전히 티베트 최고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삼보를 믿고 연기법을 믿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불자라고 할지라도 금생을 내생의 해탈을 위해 복혜의 자량을 쌓고 준비하는 삶의 과정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삶은 단지 한 생의 행복과 성공을 위한 범속한 삶에 지나지 않아서 성불을 희구하며 살아가는 보살의 삶이 되지 못한다. 비록 하근의 하근에 불과할지라도 이와 같은 믿음을 통해서 해탈의 확신을 체험한 사람은 윤회 속에서도 생사의 고통이 클지라도 두려워만 하지 않고 용감한 전사처럼 인욕의 갑옷을 입고 보살의 길을 간다. 그럼으로써 성불할 그때까지 어디에서 어떤 생을 받든지 소중한 삶이 허무하게 끝나는 그러한 불행은 결코 있지 않을 뿐더러, 항상 불보살님을 뵙고 법을 듣고 위안을 얻는 무루의 기쁨이 있고, 해탈의 공덕이 점점 쌓여 가는 불멸의 행복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