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임프리마 코리아’ 영미권 부장과 도서출판 ‘사람과
책’에서 편집부장을 지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운데이
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마음이 머무는 곳』, 『내가 처음 만난 셰익스피어』,
『천상의 예언』,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등이 있다.
지구 온난화로 세계가 떠들썩하다. 인간은 산업혁명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지구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구는 그런 인간에게 반격을 시작했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올라가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가 다 녹으면 해수면이 몇십 미터 올라간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 대도시들과 주요 경작지들은 대부분 바다에 잠긴다. 더위와 추위는 물론,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후가 요동칠 것이고, 태풍과 폭우와 가뭄은 전례 없는 파괴력으로 전 세계를 휩쓸 것이다. 재난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그 결과는 앞으로 수십 년 사이에 나타날 것이다.
주인공은 이런 시점 어딘가를 살아간다. 지금껏 살던 대도시 고층 아파트가 해수면 상승으로 잠기자, 산골 시부모댁으로 피난을 가는데, 생활공간도 식량도 부족하다. 곳곳에서 식량 쟁탈전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시부모가 차례로 목숨을 잃는다. 그래도 주인공에게는 삶의 희망이 하나 있으니, 그건 이제 막 태어난 아기다. 아기만 보고 있으면, 아기에 코를 대고 체취를 맡으면, 온갖 시름이 사라진다.
살고픈 욕구가 일어난다. 온갖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한줄기 빛이 뻗어 나간다. 갓난아기는 새로운 출발을 상징한다. 인류 문명이 끝나는 시점에 새롭게 출발한다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무어든 끝나야 새롭게 시작한다.
저자는 인류 문명이 끝나는 지점에서 느끼는 슬픔과 고통을, 하지만 아기를 통해 느끼는 새로운 희망과 의지를 과학적 논리가 아니라 시적 감성으로 풀어나간다. 아기를 떠올리는 순간, 지구 온난화와 인류 생존은 포기 대상이 아니라 극복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용기가 우리 모두에게 뻗어 나가, 인류 전체를 포용하는 형제애와 모성애로 기후 위기를, 아니, 그 원인으로 작용하는 자본주의의 탐욕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