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호주에서 일본으로, 싱가포르로 떠돌아다니며 살았다. 정착하지 못하는 게 체질이려니 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동시에 뭘 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항상 삶에서 특별한 것을 찾아야 한
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찾아 남편과 함께 무작정 뉴욕에 왔다. 하지만 큰 기대를 품고 온 뉴욕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았다. 다른 눈동자의 사람들 속에서 마음은 늘 삭막하고 외로웠다. 아무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는 기분. 상상 이상으로 고독했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의 식료품 가게에서 한 고양이를 만났다. 낡은 상자 속에서 낮잠을 자던 고양이의 편안한 표정,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상태…. 고양이가 나에게 말했다.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야. 상자 속에, 지금 네 곁에 언제나 있어.”
그 후 뉴욕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길고양이 탐색 작전’을 시작했다. 뉴욕 관광보다는 고양이가 먼저였다. 길고양이들을 통해 가게의 상인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거리를 지나다 인사를 하며 안부를 나누는 사람들도 하나둘 생겨났다. 이제 더 이상 뉴욕은 낯선 곳이 아니었다.
이방인처럼 떠돌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정착한 기분이 들어 기쁘다. 글을 쓰고 영상과 사진을 찍으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소동경』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고양이와 함께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길고양이들을 구조하고 임보하고 좋은 집사를 찾아주기도 한다. 이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믿고 사랑하게 되었다. 모두 고양이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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