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안에 텃밭이 그득한 익산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랐어요. 열여덟 살 때부터 수도권에 살게 되면서 텃밭을 거의 잊고 지내다, 문득 땅이 나를 불러 지금은 도시에서도 흙의 품에 폭 안겨 삽니다. 먼 길을 돌아 어릴 적 울안 텃밭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아요. 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향그러운 흙냄새는 똑같아요.
그동안 텃밭 시 그림책 《아그작아그작 쪽 쪽 쪽 츠빗 츠빗 츠빗》을 비롯하여 《오늘은 매랑 마주쳤어요》, 《너희는 꼭 서로 만났으면 좋갔다》, 《촛불을 들었어》, 《쑥갓 꽃을 그렸어》, 드로잉 산문집 《마음은 파도친다》 들을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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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부터
진실을 말하자면 그림책 짓는 것보다 텃밭 김매는 것이 더 재미있다.
내가 돌본다고 하지만 내가 보살핌을 더 받는 곳.
작으나 큰 땅, 텃밭.
이 소박한 영토에 발을 들이면 거짓 없는 세계가 조용히 펼쳐진다.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
모든 생명의 집, 흙이 숨 쉬고 있는 텃밭은
내가 딱딱하게 굳어 있지 않게 도와준다.
말랑말랑해진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거칠어진달까?
흙에 발을 디디고 몸을 움직여 밭일을 하다 보면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절로 알게 된다.
본디 모습인 흙 인간으로 복구된다.
그러다 가끔 꿈결인 듯 꿀벌이나 사마귀, 애호박이 되기도 한다.
바랭이풀이 되었다가 바랭이풀을 매는 호미가 되기도 한다. 아뿔싸.
어려운 시절을 텃밭과 함께 춤추며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