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문학평론가. 200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소설,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채플린, 채플린』, 『노웨어맨』, 『그리고 남겨진 것들』,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 장편소설 『어떤 나라는 너무 크다』, 『여기에 없도록 하자』, 에세이 『소설가의 마감식』을 썼다.
어느덧 세번째 소설집을 묶는다. 돌아보니 시간이 참 덧없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인생은 이만큼 와 있다. 이 소설들은 꽤 오래도록, 긴 밤, 고독한 때에 쓰였다. 어떻게 이토록 무력할까, 그리운 것은 어째서 모두 멀리 있을까, 고민하는 때엔 여지없이 고독했고, 그럴 때면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해, 소중한 것에 대해, 아름답다 여기는 것에 대해, 그리하여 끝내 마음 아파지는 것에 대해, 쓰게 되었다.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서.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고백하자면 매일 들으며, 위로 받으며 썼다. 비틀스와 트래비스, 콜드플레이와 서태지는 늘 듣는 것이고, 듀크 조단 트리오나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시디를 걸어놓는 때도 많았다. 「노래하는 밤 아무도」는 도어스를, 「눈물이 서 있다」는 김일두를, 「시절의 폭」은 산울림을, 「청색시대」는 제이크 버그를, 표제작인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당연히, 넬을 들으며 쓴 소설이다.
언제고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으나 눈감고 싶은 것이 유독 많은 날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부디 자주, 살피길. 잘 들어주길. 침묵하거나 망각하지 않길. 타인의 안부를 묻는 데 주저하지 말길. 지금, 서로, 어디냐고 물어봐주길.
그리고,
근사한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뒤에 멀리 있는 바다를, 잊지 않고 싶다.
계속 같이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지라도.
2014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