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정체성 정치가 연대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이해관계들을 엮어 내는 해방적인 정치가 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합니다. 더 나아가 정체성 정치가 억압받는 이들로 하여금 누가 더 약자인지를 확인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보상받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대립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중략) 이 책은 인종을 둘러싼 정치의 이야기를 통해, 정체성 정치가 갖는 한계점, 그러한 정치가 등장하게 된 사회구조와 정치적 맥락, 그리고 우리가 정체성 정치에 대해 느끼는 양가감정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종”이라는 거짓된 개념을 만들어 낸 “인종화 체제”를 밝혀내고, “인종”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사회운동이 등장하는 배경, 그리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마주할 한계점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저자가 자신이 파키스탄계로서 겪은 이야기부터, 현재의 미국 정치, 흑인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국의 문학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인종이라는 단어를 세대, 젠더, 성소수자, 난민 등으로 대체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이 고민하는 문제가 한국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