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을 쓰기 위해 다시 소설을 읽는 동안 오히려 더 알 수 없어졌다. 나조차도 내 마음의 생김새를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와 비에의 마음을 유추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그 애들이 서로를 위해 행동하는 때가 많아졌다. 그러니 다만 내가 기억해낸 건,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썼다는 거다. 어떤 형태로든. 커다란 세계에서 삶의 형태를 부정당해온 이들이 타인이 규정하고 목적을 내린 삶이 아니라 제 생의 모양을 갖춰나가는 이야기를. 온전한 애정이 거기에 깃들기를. 애정을 머금고 마음이 자라나기를. 마음에는 용량도 없으니 끝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