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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국내저자 >
시
이름:
백무산
성별:
남성
국적:
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1955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영천
직업:
시인
최근작
2023년 12월 <
조홍감 붉은 가을 울음 깊은 들녘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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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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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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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허와 저저의 밤
ㅣ
푸른사상 산문선 49
박기눙
(지은이) |
푸른사상
| 2023년 3월
1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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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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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삶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다. 삶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어떻게 삶을 만드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다시 글쓰기라는 정제된 삶의 기념비를 만들어가기 위해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글을 짓는 일은 틈새에 눈을 대고 세상을 살피는 일”이라고 말한다. 틈새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틈새는 견고한 기성관념과 고착된 관습과 제도에 대한 일탈과 전복을 통해서 생긴 균열이다. 작가는 스스로 글쓰기를 통해서 틈새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며, 그 틈새를 보는 눈을 제대로 가질 때만 세계에 대한 인식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릴케가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시인 커밍스가‘ 눈이 눈을 떴다’고 말하듯이, 작가 역시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예술의 거장들을 통해서 치밀하게 탐색해간다. 이웃에 사는 평범한 할머니의 말에서 마르케스의 마술적 언어까지, 들뢰즈 철학에서 프루스트의 예술론까지 종횡무진 넘나드는 작가의 지적 노마드가 경이롭다. 작가의 가슴속에 이제 막 쓰여지기를 기다리는 작품이 어떻게 태동하는가를 엿보는 재미도 덤으로 주어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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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의 춤
ㅣ
푸른사상 시선 139
강현숙
(지은이) |
푸른사상
| 2020년 12월
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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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수면은 무심하나 심연은 격류다. 정적의 동굴 속 ‘피 흘리는 들소’의 가쁜 심장이다. 꺼진 바닥에 두 발은 버둥거리지만 얼굴은 짐짓 무표정이다. 그래서 시인의 시에 들어가는 길은 해 질 녘 산책로 같지만 들어서면 나올 길을 잃어버린다.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미로다. 황홀해서도 아니고 따듯해서도 아니다. 마른침을 삼키며 그 ‘결핍’의 미로에 빨려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핍을 말하지 않기 위해/휘황한 날개로 날아가는 새/고단하다고 말하지 않으려/상상의 집을 허무는 새”가 날아가는 곳은 “생존을 위한 한 마리 짐승의 살덩어리”로 존재하는 닫힌 세계다. 그곳에 “밤마다 머리 위로 죽은 달이 뜨고 지”면서 하나의 신화가 완성되는 것을 우리는 고통스럽게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희망 따위가 발붙일 수 없는 그곳에 의외의 출구가 발견되는데, 금세 휘발될 것만 같은 존재의 흩어짐을 간신히 붙들고 있던 바로 그 ‘결핍과 허기’였다. 그러나 그것은 박탈과 상실의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를 비워낸 결핍과 허기라는 사실 때문에 그 심연의 격류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그리하여 시인이 통치하는 감각의 세계가 그만큼 넓고 황홀하다는 것도 뒤늦게 발견하게 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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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황규관
(지은이)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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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그의 시에서는 어떤 면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랑을 말할 때도 그렇고 가족과 노동을 말할 때도 그렇다. “느리게 걸을” 때도 그렇다. 흐르는 강에도 면적은 있는데 그는 한사코 거부하는 듯하다. 사실, 고도화된 자본의 시대에 모든 지배적 가치는 면적에서 나온다. 면적은 영토이고 부동산이고 권력이며 배제의 힘이다. 비물질적 면적도 작동하는 방식은 같다. 하지만 모든 면적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쉼을 허락하고, 위안을 주고, 생명의 부화를 위한 “눈부신 정적”이 있는 곳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으로 강을 들어내고 산과 나무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도륙해버리는 시대에 자본주의 생산노동 역시 안식을 위한 수단들이 결코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간적 삶의 가치와 그 뿌리를 뽑아내어 버리는 힘으로 그는 인식한다. 그러기에 머물 곳은 어디에도 없게 된 것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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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에서
ㅣ
푸른사상 시선 118
황주경
(지은이) |
푸른사상
| 2019년 12월
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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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황주경 시인의 시에는 언제나 자연 상태에서 ‘방목’되었던 성장기에 형성된 자연서정이 짙게 깔려 있다. 놀라운 것은, 그 시기에 형성된 무구한 세계의 원형이 긴 세월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훼손 없이 그대로 간직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화하거나 절대화하여 신화를 만들지도 않고, 상실과 회한의 회고적 비애로 엄살을 떨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현재적 삶에 주눅들지 않고 날것으로 병존시키고 있다. 현실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도시적 삶의 곤고함과 고통을 마주하는 일이 일상인 시인의 내면에서 이처럼 투명한 세계가 간직되어 있다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시인에게 있어서 현실은 영원히 타협 불가능한 파멸적 상황이다. 장 자크 루소가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자유로웠으나 인간 사회의 도처에서 억압의 사슬에 얽매여 있다고 했던 것과 같이 시인의 길은 루소의 길과 닮아 있다. 이것은 변화의 힘들이 무엇을 ‘구축’하는 일보다 먼저 ‘회복’해야 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종종 또 다른 야만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경계다. 자칫 시인의 시들이 소시민적 삶의 정서에 기대어 있다고들 할 것이나,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 쇠를 이길 수 있는 풀의 부드러운 강인함이 황주경 시인의 시 정신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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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깨어
ㅣ
푸른사상 시선 106
여국현
(지은이) |
푸른사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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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여국현의 이번 시집은 첫 시집임을 말하려는 듯‘ 새벽’과‘ 길’에 관한 시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상한 것은 이 익숙한 시어들을 접하는 순간 밀려온 당혹감이 쉬 가시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시대 우리의 삶을 은유하던 시어들이었기에 회한이 밀려든 탓일까? 아니면 지금 여기 있어야 할 것들의 부재에 따른 좌절감 같은 것일까? 현대의 삶이 전적으로 도시라는 밀폐된 공간에 놓여 있고, 바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자연마저 도시의 부속 공간으로 인식될 뿐인 현실에서 밖을 향한 길과 다른 시간을 여는 새벽이라는 단어가 그만큼 아프게 다가온 때문일 것이다. 시인의 시들은 삶의 긴장과 아픈 현실을 고스란히 껴안고 삶의 비루함마저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미 만들어진 안전한 길로 내려설 수도 있으나, 지금은 보이지 않더라도 어둠 속에서 스스로 길을 내겠다는 결기가 시의 전편에 깔려 있다. “길이 연이어 길을 내어주던 시절이 지났더라도” (「걷다, 길」) 가는 길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하는 구절에서는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의 시는 우리가 길과 새벽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아픈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6.
미리보기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ㅣ
창비시선 427
김사이
(지은이) |
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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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
8,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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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문을 열고 밖을 나가본다.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이다. 다시 나가본다. 그러나 그곳은 안이다. 다시 나가보지만 관 속이다. 밀폐된 세상은 밖이 안이다. 시인은 그곳에서 어떠한 장소도 차지할 수 없다. 상처는 삶을 삼켜버렸고, 푸른 초원조차 피비린내로 덮여버렸다. 어떡할 것인가? 시인은 그곳에서도 가족을 돌보고 출근을 하고 시를 쓴다. 불안과 아귀다툼과 농약병도 그에게는 통속적이다. 이 정도는 아직 절망이 아니다. 시인의 절망은 저항 불가능성에 있다. 자본뿐 아니라 “노동에게 희롱당하”는 현실, 인체 그 자체에 대한 착취를 당하고 불안만이 무사한 삶이건만 “생식기도 심장도 사라”져버려 저항조차 불가능하다. 사회적·정치적 문제를 개인이 떠안을 일이 아니건만, 시인은 저항의 힘에도 희망을 걸 수 없는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러나 깊고 긴 늪을 건너온 사람답지 않게 여전히 민감하고 쉽게 무너지고 상처 입고 길을 잃는다. 이것이 시인에게는 최후의 저항이다. 절망은 그를 단련시켰고, 정치적 연대가 아닌 내면의 연대를 꿈꾸게 했다. 저 촛불광장에서 시인은 정치적 힘이 아니라 “자연의 빛”을 발견했듯이, 그의 시는 이제 절망의 바닥에서 일어난 내면의 빛을 품고 아비규환의 세상으로 나아가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7.
크게보기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
ㅣ
모악시인선 16
박두규
(지은이) |
모악
| 2018년 11월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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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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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할인), 마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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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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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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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단언컨대, 박두규 시인은 물의 시인이다. 시인만큼 물의 성정을 닮은 시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스며듦의 원리가 잘 체득된 시를 물 흐르듯이 풀어낼 줄 아는 시인이다. 말이 넘쳐날수록 소통이 더 어려워지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언어의 스며듦’에 대해 이처럼 우리를 일깨우는 시도 드물게 본다.”
8.
크게보기
불가능을 검색한다
ㅣ
푸른사상 시선 93
이인호
(지은이) |
푸른사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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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시인의 시는 모순된 현실에 주어진 삶의 딜레마를 끝없이 변주해감으로써 현실을 새롭게 마주하고 또 극복해나갈 길을 찾는다. 그의 시에는 밤을 하얗게 밝히는 감상적인 그리움도, 초월적인 구원의 세계에 대한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가까운 현실에 무지하면서 불가해한 세계에 빠지는 나태를 경계한다. 그러면서도 명멸하는 눈앞의 현상이 아니라, 삶이 지나가고 남긴 희미한 흔적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대화를 시도한다. 그가 삶의 실체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그의 예리한 시선은 흩어져가는 얼룩에서 씨앗과도 같은 빛나는 시간의 결정체를 찾아낸다. 그러므로 그에게 모든 흔적들은 소멸이 아니라 번짐이다. 그 번짐에의 몰입은 자아의 확장이며, 타자와의 고통의 연대를 이어가는 신체로 환원된다. 하지만 그런 시인의 몰입은 언제나 세계와 새로운 의미관계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그는 어떤 목적을 향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실패를 향해서 나아갈 생각인 것 같다. 시의 여정은 길을 찾고 해답을 얻는 일이 아니다. 언제나 걸어온 길보다 더 많은 미지의 길과 적극적인 실패를 낳는다. 시인은 그러한 시의 숙명 속에 깊이 발을 들여놓았다. 경이로운 실패를 축하한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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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것은 사슬 뿐이었다
- 현대중공업 87년 투쟁 기록
정병모
(지은이) |
도서출판 광장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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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현대중공업 노동자 투쟁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해석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 노동운동사에서 한국전쟁이후 가장 큰 획을 그은 투쟁으로 기록되고,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사업장에서 사전 준비도 없이 어떻게 단기간에 민주노조의 기초를 세웠는가 하는 점이다. 개별적 지원 외에 어떤 운동단체나 정치세력의 조직적 지원도 없이 대규모 투쟁 대오를 형성하고 민주적 통일성을 갖추고 이를 지속할 수 있었던 힘과 지혜는 어디에서 연유했는가? 투쟁지도부조차 민주주의를 경험하거나 훈련받지 못한 노동자들이었고, 오히려 독재 권력과 권위주의적 사회 질서에 억눌리고 순응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급격한 자생적 복원력은 무엇보다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어떤 이익을 위한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 진실을 갈급하는 삶에 내재된 활력이 만들어낸 집단의지라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그 힘은 삶의 비밀이다. 물론 자생력만으로 운동을 완성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생력에 기초하지 않는 어떠한 이념적 실천도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는 교훈을 얻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바로 당시 노동자들이 자생적 투쟁을 통해 성장하고 스스로 조직되고 단련되는 과정에 대한 정밀한 기록이다. 또한 이 기록은 그 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다. 모든 기록이 그러하듯 기록은 재현이나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행위에 가깝다. 이것은 사실에 대한 왜곡이 아니라, 역사는 살아있는 실체이기에 생성 가능성의 공간이 역사 그 자체에 내재해 있어 새롭게 태어날 힘을 가진다. 따라서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그 시기에 노동자들이 어떻게 족쇄를 끊고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87년 체제가 이미 우리 발목을 채운 족쇄가 되고 있기에 이를 어떻게 끊고 일어날 것인가를 말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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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
고희림
(지은이)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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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어둠을 볼 줄 아는 사람, 현재의 암흑에 펜을 적셔 글을 쓰는 사람을 동시대인이라고 했던 아감벤의 말은 고희림 시인에게도 적절하다. 시인은 시대의 어둠이라는 “특별한 시각상”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또한 시인은 시각을 잃은 듯한 어둠에 담겨 있지만, 어둠을 찢고 밝음을 향해 가는 길을 쉽게 희망하지 않는다. 그것은 “분노의 용광로를 거치지 않고서는” 어둠을 이길 수 없고,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삶에 이를 수 없”다는 인식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인은 결코 빛이니 어둠이니 하는 형식 따위에 마음 빼앗기지 않고 보다 근원적인 갈증에 자신을 투여할 줄 안다. 그러나 그의 시의 독특함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인이 직면한 어둠과 분노는 어떤 결핍이나 질식, 파괴적 몸짓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의 어둠은 또렷한 시각상을 나타내고, 그의 분노는 차가운 손을 잡아주는 체온처럼 따듯하다.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는 부정성이 거세된 시대, 과잉된 자기 긍정으로 탈진된 자아의 시대에 그가 돋보이는 것은, 긍정으로 환원될 수 없는 부정성이 부정성인 채로 충분히 따뜻하다는 데 있다. 고희림 시인만의 특별한 시의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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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를 보다
이인휘
(지은이) |
실천문학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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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휘는 1990년대 노동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다. 나는 당시 탄광노동자 투쟁을 정면으로 다룬 그의 첫 장편소설 『활화산』을 읽으며 고바야시 다키지의 『게공선』과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떠올렸다. 그는 이후 십여 년을 줄곧 노동문학의 중심에서 활약해왔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종적을 감추었다. 그리고 십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모습을 드러냈다. 당대 작가들이 대개 대중적 인기와 감투와 안정된 삶을 좇아간 시기에, 그는 열다섯 살에 처음 다니던 공장과 다를 바 없는 곳에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노동자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마치 잃어버린 것을 찾아 걸어온 길을 되짚어 출발점으로 돌아간 것처럼. 이것은 그가 삶의 진실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출세주의와 대의를 교묘하게 뒤섞어버린 진보정치에도, 삶은 없고 투쟁만 남은 황폐화된 현장에도, 대중적 인기를 좇는 작가적 삶에서도 이 시대의 진실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또다시 변방의 삶으로 ‘사회적 출가’를 감행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 썩은 내가 진동하는 중심을 향해 푸른 대지의 기운을 한 짐 풀어놓는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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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은 왜 유리창에 피는가
ㅣ
푸른사상 시선 60
임윤
(지은이) |
푸른사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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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 시인의 시는 시 쓰기란 무엇인가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그의 시적 관심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뿌리 뽑힌 자, 추방된 자, 떠도는 자, 돌아갈 수 없는 자들에게 시선이 쏠려 있고, 그들과 기꺼이 동행하려 한다. 그는 또 동토의 시베리아, 우랄, 우수리스크, 사할린, 발해의 땅, 그 이산의 슬픔이 서린 곳에서 아픈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삶의 터전을 밀어내고 들어선 핵 발전소의 가공할 공포를 정면으로 대면한다. 이주 노동자, 하층계급, 여전히 국경을 떠도는 유민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외부 세계에 열려 있고, 스스로 타자 되기가 그의 시 쓰기이다. 인간적 유대의 결핍과 나르시시즘적 자기 과잉의 우울한 내면에 공전하는 시들이 대세인 시대에 그의 시는 고전적이라고 할 만큼 타자에 충실하고 세계에 정직하게 대응한다. 이것은 현과 울림통처럼 시인의 내면세계와 조응하면서 서정의 지평은 맥놀이처럼 확장된다. 그래서 그의 시는 책을 덮은 다음에 울림이 더 진하게 전해온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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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화살
ㅣ
애지시선 56
고영서
(지은이) |
애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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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순정이 시인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모양이다. 한 세대나 지난 5·18을 어제 일처럼 말하고, 두 세대 가까이 지난 농경시대 토속정서로부터 도무지 발을 떼고 싶지 않다. 과도한 긍정의 늪에서 지나친 조명에 그늘이 사라지고, 언어조차 소비의 대상이 되어 소통기능을 상실하고, 생산물과 쓰레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에 그의 시어는 여전히 아랫도리가 이슬에 젖은 채 들판을 가로질러온 흙 묻은 발바닥이다. 3만불 시대에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과 뿌리내리지 못한 이주민들, 값을 쳐주면 받고 안 쳐주면 못 받는 허드레 노동에 의지해 살아간다고 다 슬픈 것은 아니 다. 여름 땡볕 아래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다’ 한소끔 소나기가 지나가고 개울물이 소리 내어 흐르면 ‘숲정이 아이들처럼 맨발로 뛰쳐나와’문득 개인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삶의 ‘맥박’이 한층 고동치는 것을 느낄 줄 아는 시인이다. 그는 주변부로 밀려나고 꺼져가는 것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줄 아는 시인이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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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룬 어린 양들
ㅣ
푸른사상 시선 33
맹문재
(지은이) |
푸른사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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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죽음은 모두 타살이라고 쓴 적이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강요된 노동을 해야 하는 기계 노동 자체가 살아 있는 생명의 활동이 아닐 뿐더러, 정상적인 수명을 다 누리지도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 의문사든, 자결이든, 투신이든, 분신이든 극단적인 탄압 속에서 이루어진 죽음은 모두 사회적·정치적 타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시집을 받아들고 혼란에 사로잡혔다. 그가 신중하게 쓴 시가 왜 시 같지 않은가? 우리 시단에 뛰어난 시적 성취로 많은 주목을 받아온 시인에게 무슨 시적 억하심정이 있는 것일까? 『유심』에 연재된 시들을 빠짐없이 읽어왔으나, 다시 시집을 두 번 더 읽은 후에야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집에 실린 65편의 시는 ―시인이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1970년대 이후 이 땅의 노동 열사 68위(位)의 처절한 비문(碑文)이 아닌가! 이 시대 성장 신화의 제물로 바쳐진 기룬 양들의 뼈와 분노와 슬픔을 한 점 한 점 수습하여 시의 집에 안치하고 묘역을 조성한 것이 아닌가! 시가 이 시대에 무엇을 애도해야 할 것인가? 맹문재 시인이 아니고 누가 이런 방식으로 질타할 수 있는가? ‘오든’의 시가 불현듯 떠오른다. “시계를 멈추어라/전화기를 뽑아라”. 이 시집을 읽는 동안 “개들이 짖지 못하게 하라”.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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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오디세이
- 억새야 길을 묻는다
배성동
(지은이)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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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그는 지리학자처럼 길을 찾아 나섰으나, 길은 지리가 아니라 삶이며 역사라는 사실을 스스로 발견한다. 하지만 길의 이야기가 곧 삶이란 걸 깨닫고 다시 길을 나섰을 때, 그곳에서 그가 찾아낸 것은 우리들이 잃어버린 삶의 원형이었다. 이제 그가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길이 그를 부른다. 길은 그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고 아픈 역사의 속내를 다 드러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놀라운 길 위의 이야기들인가, 이 책의 저자는 길이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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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ㅣ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97
황규관
(지은이) |
실천문학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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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에서는 어떤 면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랑을 말할 때도 그렇고 가족과 노동을 말할 때도 그렇다. “느리게 걸을” 때도 그렇다. 흐르는 강에도 면적은 있는데 그는 한사코 면적을 거부하는 듯하다. 사실, 고도화된 자본의 시대에 모든 지배적 가치는 면적에서 나온다. 면적은 영토이고 부동산이고 권력이며 배제의 힘이다. 비물질적 면적도 작동하는 방식은 같다. 하지만 모든 면적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쉼을 허락하고, 위안을 주고, 생명의 부화를 위한 “눈부신 정적”이 있는 곳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으로 강을 들어내고 산과 나무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도륙해 버리는 시대에 자본주의 생산노동 역시 안식을 위한 수단들이 결코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간적 삶의 가치와 그 뿌리를 뽑아내어 버리는 힘으로 그는 인식한다. 그러기에 머물 곳은 어디에도 없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가 면적을 말할 땐 새로운 영토가 아니라 “오래된 본질의 기억”이 메말라 쩍쩍 갈라진 논바닥이다. 그 논에 물이 들면 “메말랐던 지난 시간들이” 젖고 “다른 설렘”이 채워져 “어제를 품고 어제와 단절한” 다음 오늘에 새로워진다. 그러나 그곳은 죽어서 거래되는 면적이 결코 아니다. 회색의 시간을 몰아내고 눈부신 생명을 길러내는 곳이다. 나는 그가 생명을 길러내는 모습을 조금 더 보았으면 싶었지만 아직은 타협할 수 없는 곳에 그가 있다. 그만큼 그는 우리 시대의 가파른 현실을 누구보다도 철저히 체화한 시인이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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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ㅣ
삶의 시선 17
송경동
(지은이)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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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는 바보스럽도록 정직하다.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이 자주 도를 넘고, 처절한 삶을 날것으로 드러내어 읽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난을 대책 없이 즐기고 있어 우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억압받는 이들 편에 서는 것으로서 자신은 만신창이가 되어도 돌보지 않을 작정이며, ‘나의 시’를 놓아줌으로써 시가 그들의 것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 시대에 이런 대책 없는 사랑이 어떻게 가능할까? 가난을 통해서 드러내는 존재만이 진실되다고 믿는 것일까? 이 시대가 외면해버린 문제들을 다시 불러내어 허물어져간 시간을 구원해내는 일이 그의 시가 가진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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