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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아무 날의 도시> 이후 5년,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등을 발표하며 오래 벼려온 신용목의 시가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여 독자를 찾았다. 시인 허수경의 추천대로 "아름답고 참혹한 시집의 순간들이 나타나서는 오랜 벗인 듯 허물없이 머물"곤 하는 시들. "이 시간이면 모든 그림자들이 뚜벅뚜벅 동쪽으로 걸어가 한꺼번에 떨어져 죽습니다" (지나가나, 지나가지 않는 中) 같은 시가 묘사하는 풍경들에 오래 골몰하게 된다.
"죽은 자에게 나의 이름을 주어도 되겠습니까?" (공동체 中) 라고 묻는 시. "나는 알고 있지 / 목숨이 / 꿈의 갱도에서 활자로 부서졌으므로" (나는 알고 있거든 中) 라고 기억하는 시. '눈보라의 미래, 물의 숲, 혼자 도착한 아침과 꿈의 정거장인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슬픔'(우리 中)을 시는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