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용서, 정호승 신작 시집"
프랑스 파리 교외 생드니 지역의 대성당은 몽마르뜨르 언덕에서 순교한 프랑스의 초대 주교 생드니 Saint Denis를 위해 건립되었다. 참수형을 당하였으나 자신의 잘린 머리를 들고 북쪽으로 걸었다는 설화 속 성인의 이야기가 정호승의 시가 추구하는 길을 비춘다. '만나고 싶었으나 평생 만날 수 없었던 당신을 향해' '잘린 내 머리를 두 손에 받쳐들고' 걸었을 이의 추구. (<당신을 찾아서> 中)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더 낮은 곳으로 임한다.
"첫새벽에 일어나 /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개미의 뒷모습이 / 사람의 뒷모습보다 / 더 아름답다" (<개미>)고. "낡은 도시 변두리 / 재개발 지역 골목의 언덕길을 / 할머니 한분 / 느릿느릿 달팽이처럼 기어오른다" (<달팽이>) '비 젖은 종이 박스를 찢어 / 맛있게 잡수신다'는 마지막 단어에서 쉽게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지난한 고통을 이해하려 노력해온 정호승의 서정시의 세계.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말들이 인간됨의 품격에 대해 묻는다. '내일에 가야 할, 인간의 아름다운 길을 다시 생각한다'고 말하며 시인 문태준이 추천했다.
- 시 MD 김효선 (202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