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에드거상 수상작, 뉴욕공립도서관 선정 최고의 책"
"따라오거라. 질문은 일절 하지 말고." 한밤중의 창덕궁, 의녀 현은 불안한 마음으로 의원의 뒤를 따라간다. 한참을 걸어 그가 당도한 곳은 커다란 전각. 현판에 "저승전"이라고 쓰인 그곳은 사도세자의 처소였다. 세자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여러 겹의 문을 통과해 다다른 궁의 깊은 곳엔 한 남자가 이부자리에 누워 있다. "말해보게. 저하의 문제가 무엇인가? 종일 힘을 못 쓰고 피곤해하신다네." 세자빈의 음성에 왕족을 치료한다는 두려움으로 질끈 감았던 눈을 뜬 현은 충격에 휩싸인 채 얼어붙는다.
의원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 태연하게 그를 진맥하고 증상을 읊지만 탕약을 든 현의 손은 부들부들 떨린다. 세자빈은 그런 현에게 계속해서 세자를 치료하고 "전하께서 저하를 부르실 경우 몸져누워 계신다 고하라."고 명한다. 공포에 질린 현에게는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 외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딘가 괴이한 분위기 속에서 마침 세자의 방에 꽂혀 있는 책들도 주술서와 귀신을 다루는 법에 대한 서책이었다. 소문대로 세자는 무언가에 홀린 것인가. 그렇게 흐르던 칠흑 같은 밤은 갑작스레 문을 열고 들어온 내관의 고함에 산산조각난다. "도성에 큰 화가 닥쳤습니다. 마마. 사, 사, 살인,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궁에 들어가는 이들 앞에는 피로 얼룩진 길이 놓여 있다. 피바람이 불 것이야. 너희가 피를 흘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현에게 의술을 가르친 스승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의술을 연마한 혜민서에서 벌어진 미궁의 살인 사건을 마주한 현은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각오로 그 피바람의 중심으로 향한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에 이어 또다시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로 돌아온 허주은 작가의 신작으로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어워드' 수상, '뉴욕공립도서관 선정 최고의 책' 등 미국에서 먼저 큰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에서 "감탄할 만한 정치 스릴러, 치밀한 배경 구축,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은 독자를 완전히 사로잡는다."고 추천했다.
- 소설 MD 권벼리 (202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