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표 가족 이야기"
나의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다. 장판이 노랗게 타들어간 오래된 그 집 아랫목에 깔린 이불 속에 있노라면 할아버지는 나와 동생들에게 만주에서 겪은 이야길 해주곤 하셨다. 물론 무슨 이야기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고 잠이 솔솔 와 꿈과 현실을 왔다 갔다 했지만. 할아버지는 고목나무처럼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듯이 우리 곁에 있었다. 젊은 시절의 모습이나 아빠의 아빠 같은 모습이라거나 하는 것들 보다 늘 낮잠을 주무시는 밤나무 아래 돗자리 위에 있을 것 같았다. 하얀 모시옷과 모자를 쓰고 장터에 나가는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 책을 읽고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을 했다.
그림책의 거장 앤서니 브라운이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형>, <넌 나의 우주야>를 통해 보여준 가족 이야기가 할아버지로 확장되었다. 작품 속 생김새, 성격, 옷차림도 모두 다른 할아버지가 등장하여 어린이들과 교류한다. 그 어린이들도 언젠가는 할아버지가 될 테다. 그때의 모습들은 또 어떨까? 각자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꽃피우고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지 이야기해보아도 즐거울 것이다.
- 유아 MD 임이지 (202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