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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 이탈리아의 가족 별장에서 보내는 티모시 살라메의 여름 휴가, 에릭 로메르 영화의 해변가의 연인들 같은 표백된 여름의 풍경은 영화 속에나 있다. 조예은 소설의 여름은 이런 여름과는 다른, '진짜'의 감각을 깨운다. 여름 밤, 보증금이 모자라 구하게 된 셋집은 하수구가 심상치않고, 1층에선 여름 밤의 낭만을 즐기는 취객들이 소리를 지른다. (<보증금 돌려받기>) 산뜻한 낭만은 너희들의 것이고, 내게 남은 건 참을 수 없는 습기와 쿰쿰한 냄새. 조예은은 이런 여름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진짜' 여름의 작가다.
'무덥고 습한 계절에, 차가운 바닥을 뒹굴며 먹는 주전부리 같은 이야기들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조예은이 치즈 플래터 같은 한 상을 차렸다. 덥고 습한 계절에 어린 날의 상처는 부패되기 마련. 방치된 채 썩고 문드러진 기억은 푸른곰팡이 특유의 냄새가 나는 블루 치즈의 향처럼 퀴퀴하다. '짜고, 달고, 역하고, 사랑스러운' 조예은의 세계로 다시 모험을 떠난다. <비눗방울 퐁> 이유리의 추천처럼 '이야기가 대체 어떻게 끝나려는 건지 궁금해 미치겠어서, 이끄는 대로 그저 끌려가며 읽게 되는 이야기.' 직시에는 늘 쾌감이 있다. 잘 만들어진 공포체험 테마파크를 한바퀴 돌고 나온 것처럼, 소설집을 다 읽고 나면 어느새 더위가 가시고 속이 후련해진다.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를 잇는 여름 테마파크의 세 번째 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