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쓸쓸히, 나에게도 아득히 낯선"
삶, 사랑, 죽음. 치열하고 독한 언어로 청춘의 시기가 그곳에 존재함을 외쳤던 작가. 육체도 정신도 쇠약해진 이후, 그 가난한 세계를 <쓸쓸해서 머나먼> 시간으로 읊조린 작가. '우리들의 시인' 최승자가 떠돈다. "빈 배처럼 텅 비어 나 돌아갑니다" 라고 말하면서.
오랜 투병을 겪은 시인의 세계는 정적인 공간에 머물면서도 자유로이 먼 세상 속 생각을 유영한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문장 속에서도 그는 자주 노자와 장자를 만나고, 흐르고, 흔들리고, 미소짓고, 나부낀다. 괄호를 열고 닫는 사이, "(어느날 죽음이 내 방 문을 노크한다 해도 읽던 책장을 황급히 덮지는 말자) (<환갑> 中)"는 다짐은 선언이 아니라 더 무겁게 들린다. "갔다가 왔다 왔다가 또 가려고 한다"고 하는 시인의 시를 아직 더 읽고 싶은 독자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 시 MD 김효선 (201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