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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025
  • 별에게
    안녕달 (지은이) | 창비 | 2025년 3월 "나의 별에게"

    바다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학교 앞에서 할머니가 나눠주는 별을 가지고 집에 돌아온다. 다 자라면 달만큼 커진다는 별을 위해 매일 밤 산책을 한다.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육지에서 직장인이 되었다. 꽤 긴 시간동안 고향 집을 환하게 밝히던 별은 달만큼 커졌고 곧 원래 있던 하늘로 돌아간다. 별과 유년을 함께 보낸 아이였던 주인공과 그의 엄마는 덤덤하지만 따스하게 별을 보내준다.

    <수박 수영장><당근 할머니> 등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해온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10년을 빛내는 이야기 <별에게>. 책 속 별은 괄호처럼 다른 것들로 채워질 수 있다. 나의 반려동물, 나의 친구, 나의 소중한 무엇으로든. 안녕달 작가 특유의 따스하고 서정적인 그림과 소중한 이를 기리는 다정한 이야기는 헛헛한 우리의 마음을 언제고 환하게 빛내줄 것 같다.

  • 김소영의 초등 책 읽기 교실
    김소영 (지은이) | 다산에듀 | 2025년 3월 "읽는 어린이에서 읽는 어른으로"

    베스트셀러 <어린이라는 세계><어떤 어른>의 저자 김소영은 독서 교육 전문가이자 독서교실 선생님으로 25년간 활동해오고 있다. 독서교실에서 쌓은 경험들을 2019년 <말하기 독서법>으로 나누었으나 몇 년 사이 빠른 속도로 바뀌어버린 독서 환경을 반영해 이번 개정판을 출간하였다.

    양육자들은 어린이가 책을 좋아하길 바란다. 책이란 매체가 사회에서 유리된 것처럼 느껴지는 현 시점에 어린이가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 김소영 작가는 그림책, 동시, 동화, 지식책 등 갈래별 독서 방법을 직관적으로 제시하며 책 읽기를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실제 독서교실의 수업이 담겨 있어 직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책을 읽는 어린이는 곧 읽는 어른이 된다. 학습만을 위한 독서가 아닌 진짜 독자로 자라나게 하는 독서가 궁금하다면 이 책이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 다윈의 위험한 생각
    대니얼 C. 데닛 (지은이), 신광복 (옮긴이) | 바다출판사 | 2025년 3월 "30년 만에 드디어 한국 출간"

    <종의 기원>은 과학사에서 하나의 사건이고, 우리는 진화론이 위대한 과학 이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대니얼 데닛은 세상이 여전히 진화론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고 여긴다. 이 책에서 그는 다윈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세상과 인간에 대한 모든 개념을 새롭게 탄생시켰는지를 증언한다. 그에 따르면 진화론은 생물학 뿐 아니라 우주론, 심리학, 인간 문화, 윤리학, 정치, 종교 등 기존의 사고방식을 모두 녹여 삼켜버리는 '만능산'이다.

    데닛은 지식인들이 진화론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해왔다고 말하며, 자연선택이라는 만능산이 우리의 세계를 어떻게 뒤집었는지 조목조목 분석한다. 다윈의 이론은 과학이 그전까지는 묻지 않던 '왜'를 묻게 되었으며 세계의 설계에 대한 메커니즘을 정교화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다윈의 사상이 불러온 철학적 파장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진화론이 단순한 생물학적 이론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설파한다. 30년 만에 한국에 도착한 대니얼 데닛의 대표작.

  • 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은이), 구수영 (옮긴이)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제21회 일본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

    야마가타 시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니시다마리무라. 고대의 산악신앙과 불교, 신도 등이 요소가 혼합된 슈겐도의 영지(靈地)가 있는 곳. 헤치마 게이스케는 16년 만에 그곳을 다시 찾았다. 기억 속 깊은 숲이 실은 작은 잡목림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어딘지 맥이 빠진 그였지만, 히미코 산의 신을 모시는 오카쿠시 신사의 사당을 참배하고 나니 짐을 하나 내려놓은 것 같은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런 그의 뒤로 한 쌍의 남녀가 걸어왔다. 여자는 민속학자 쓰루미야 교수, 남자는 자칭 민간 곤충 애호가 에리사와 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헤치마는 16년 전 이 숲에서 유령을 본 것 같다는 기이한 이야기를 꺼낸다. 16년 전 산사태로 마을이 고립되었을 때 자원봉사를 위해 이곳을 찾아와 겪었던 이야기를 들여주는 헤치마. 이야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을 함께하게 된 에리사와는 헤치마에게 16년 전 그가 겪었던 일의 진상을 추리하여 설명하는데….

    제74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제2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사쿠라다 도모야의 연작 단편집. 전국을 방랑하며 곤충을 관찰하는 에리사와 센. 그는 누구도 사건이라 생각하지 않은 순간 속에서 미스터리를 발견하는 아마추어 탐정이기도 하다. 지진이 지나간 자리에서 마주친 유령의 정체를 탐구하고, 교통사고와 상해 사건을 연결하는 의외의 단서를 찾아내며, 외국인 혐오 문제에서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스쳐 지나간 말 한마디, 무심히 던진 시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흔적 등, 곤충을 관찰하듯 세밀하게 사람을 바라보는 추리는 단순한 사건 해결이 아니라 무심코 지나친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각각의 단편들은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인 동시에, 서로 맞물려있다.

4.42025
  •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은이) | 복복서가 | 2025년 4월 "김영하가 당신에게 건네는 어떤 삶의 진실"

    <여행의 이유> 6년 만의 신작 에세이, 이전의 그 어떤 책보다도 김영하 작가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단 한 번의 삶>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삶', 그 불확실한 여정을 두려움보다 가능성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2024년 연재되었던 글을 대폭 수정하고 다듬어 묶어낸 이번 에세이는 그런 의미에서 김영하 작가의 이전 도서들과는 색다른 느낌으로 우리의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하게 한다.

    김영하 작가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한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기억과 선택, 그리고 글쓰기의 의미를 차분히 탐색한다. 삶의 모호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담백한 기록에 가까운 책이다. 마치 오래된 필름 사진처럼,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에 선명한 여운이 남는 문장들로 가득한 이번 신간은 바쁜 일상의 틈에서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순간, 곁에 두고 오래 음미할 만한 멋진 책이다.

  •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강보라, 서장원, 성해나, 성혜령, 이희주, 현호정 (지은이) | 문학동네 | 2025년 4월 "마침내 도래한 봄의 젊은작가상"

    봄은 알아채기 쉽지 않은 계절이다. 드디어 봄이려나 하면 춥고 봄을 만끽하려 하면 날이 더워진다. 겨울이 유독 길었던 2025년만큼은 봄의 표적이 선명해 오늘부터 봄이라고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 듯하다. 봄을 알리는 젊은 한국소설의 소식, 젊은작가상도 16회째의 수상작품집을 엮었다. 백온유, 강보라, 서장원, 성해나, 성혜령, 이희주, 현호정이 수상했다.

    <유원>, <경우 없는 세계>의 백온유가 대상을 수상했다. 기특하지만은 않은 사고 생존자 '유원', 쉽게 동정할 수만은 없는 가출 청소년 '경우'의 이야기를 통해 삶이 얼마나 입체적인지를 보여준 이 소설가가 여성 삼대를 둘러싼 돌봄 이야기를 썼다. 배우 '문숙'을 닮았을 정도로 아름다운 1대, 할머니 '영실'이 인지저하 증상을 겪는다. 집에서 현금 5천만 원을 도난당했다는 할머니의 말에 2대인 딸 '윤미'와 3대인 손녀 '현진'은 경찰서에 신고하고 사건을 수습하려 한다. 도난이 할머니의 착각일 수도 있는 가능성, 허물어지는 할머니와 함께해야 하는 현실적인 돌봄의 문제, 돈이 있다는 사실을 자신들에게 숨겼던 할머니에 대한 원망 같은 문제가 섞여 삼대는 갈등한다. 이 복잡함이야말로 2020년대를 사는 우리가 당면한 현실적인 고충, 동시대적이고 현재적인 소설이다.

    <혼모노>로 주목받고 있는 성해나는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를 통해 예술과 윤리, 영화감독 '덕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트라우마 #고독 #연대 #젠더퀴어 #외모 #질병 #아이돌 #디스토피아 등의 현재적인 키워드를 선택한 젊은 소설가들은 논쟁을 피해가지 않는 소설들을 내놓았다. 읽고 나면 주변 사람에게 '그 소설 봤느냐'고 말을 걸고 싶어지는 소설들. 이 다양함에 대한 다채로운 의견을 기대한다. 그 의견들이 2024년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 이후의 한국문학의 미래를 부를 것이다.

  • 마중도 배웅도 없이
    박준 (지은이) | 창비 | 2025년 4월 "우리의 모습은 좋아하는 시를 닮아간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2012)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2018) 두 권의 시집과 산문집 등을 통해 감수성의 자리를 만들어온 박준이 7년 만에 시집을 엮었다. 드물게 찾아오는 박준의 시는 감정을 체에 수십 번은 걸러내 고운 입자만 남긴 것처럼 정제되어 있다. '말이 지나간 자리를 들여다보는 시'(이제니 시인의 추천사 중)는 '일신병원 장례식장에 정차합니까'(<일요일 일요일 밤에> 부분)라는 승객의 말 한마디를 시의 순간으로 전환한다. 어떤 사연과 어떤 슬픔이 있었을지 골똘히 생각하는 순간 그의 슬픔은 나의 슬픔이 되고, 이 공감이 시의 자리를 확장시킨다.

    서른해쯤 전 봄날의 당신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다면 긴
    글은 필요 없겠지 대신 목련처럼 희고 두꺼운 종이를 반으
    로 접어 지나간 햇수만큼 만원짜리 지폐를 넣어두면 되겠지
    겉면에는 당신 하라고 그냥 당신 하라고만 적고 말겠지

    <소인> 전문

    박준이 부른 '당신의 이름'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반응하는 것은 시의 사연이 나의 사연과 공명하기 때문이리라. <소인>의 '서른해쯤 전 봄날의 당신'이 내겐 방 한칸 월세 낼 돈 10만원이 없었던 30대의 엄마로 읽힌다. 그에게 '당신 하라고 그냥 당신 하라고' 지금의 내가 봉투를 건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의 구체적인 한 장면이 시 읽는 사람의 마음에서 펼쳐지는 일은 말의 마법 같다. "우리의 목소리는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닮아간다"는 수록된 시 <설령>의 한 줄을 빌어 바꾸어 말하고 싶다. '우리의 모습은 가장 좋아하는 시를 닮아간다'고. 아름다운 시를 읽으면 시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비로소 서정을 꿈꿀 수 있게 된 봄, 시처럼 살고 싶은 시 읽는 사람에게 드물고 굳고 정한 박준의 시를 건넨다.

  •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 1
    주미 (지은이), 김이주 (그림) | 돌핀북 | 2025년 3월 "보건 교사가 집필한 귀엽고 유익한 판타지 동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고양이 보건 교사 냥쌤, 피는 무섭지만 바쁜 냥쌤을 살뜰히 도와주는 보조 귀신 욜. 어느 날, 냥쌤과 욜이 근무하는 보건실에 고봉이가 코피를 흘리며 온다. 냥쌤은 응급 처치와 함께 꾹꾹~ 꾹꾹꾹! 마법의 꾹꾹이로 고봉이를 금세 낫게 해준다. 무릎에 상처가 나서, 이가 빠져서 보건실에 연달아 달려온 고봉이. 난처한 상황에 놓인 사실을 눈치챈 냥쌤과 욜이 발 벗고 나서서 어려움에 처한 고봉이를 도와준다.

    보송한 분홍빛 발바닥으로 꾹꾹이 마법을 부리는 냥쌤과 머리 360도 회전하기, 입 냄새 공격하기 같은 엉뚱한 재능을 가진 욜의 귀여움에 마음이 스르륵 녹아내린다. 학교 안팎의 괴롬힘, 관계의 어려움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환상의 콤비 냥쌤과 욜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 책은 재밌는 스토리텔링으로 가독성을 높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응급 및 보건 상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재미와 유익함을 한꺼번에 잡은, 신선한 콘셉트의 동화다.

4.82025
  • 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은이) | 어크로스 | 2025년 4월 "김영민 교수 신작"

    평정심을 찾을 수 없는 4개월이었다. 나름대로의 내구성은 갖춘 줄 알았던 한국의 사회, 경제, 정치가 시민들의 막연한 믿음을 배반하고 구석구석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믿어온 한국이란 무엇이었는지를 허탈한 표정으로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긴 투쟁 끝에 국면은 일단락되었으나 우리 앞엔 속이 훤히 보이도록 허물어진 이 나라가 휑하니 남아있다. 질문도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무른다. 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교수가 이 질문에 대답한다. 책은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 총 3부로 나뉜다. 과거 파트에서 홍익인간과 단군신화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현재 파트의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정당 정치의 무능과 정체, 언론의 불신 등의 고민을 넘어 미래 파트에서 우리에게 남은 가능성까지 이어진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새로운 언어'다. 현재의 한국을 분석하기에 기존의 언어는 낡았으니 새로운 언어를 통해서만 비로소 우리 자신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 자신도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언어를 탐색한다.

    혼란한 와중엔 입 있고 펜 잡은 모두가 말을 쏟아낸다. 말들의 향연 속에서 길 잃긴 더 쉬워진다. 빠른 생각과 판단을 재촉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각자가 촘촘한 질문들을 쥐고 있어야 한다. 김영민은 이 책을 통해 '한국이란 무엇인가'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수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조승리 (지은이) | 세미콜론 | 2025년 4월 "보다 더 선명하게 이 삶을 사랑하는 법"

    2024년 첫 책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로 단숨에 주목받는 신인 작가로 발돋움한 조승리 작가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됐다. 첫 번째 책을 통해 후천적으로 시각을 상실한 장애인으로서, 마사지사로서, 딸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대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책에서는 시각장애인이 경험한 여행의 여정을 그 누구보다 생동감 넘치게 보여준다.

    '상실된 감각을 핑계 대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인 그의 에세이는 어쩌면 매일 흐릿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다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이진 않지만 기어이 경험해 내고야 마는, 여행하고, 걷고, 춤추고, 다짐하는 그 모든 일상에서 작가는 여전히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보기’보다 ‘느끼기’에 훨씬 가까운 감각으로 세상을 껴안는 방식 때문이다. 그의 시선은 더 이상 ‘보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사람’의 것이고, 그 체온은 고스란히 문장마다 스며 있다. 조승리라는 용감한 여행자의 다음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 시와 물질
    나희덕 (지은이) | 문학동네 | 2025년 4월 "지렁이와 버섯과 나희덕과 시"

    나희덕 시집. 첫 시집 <뿌리에게>(1999)에서 <가능주의자>(2021)로 이어지는 작품세계 속에서 그는 '식물적 상상력'으로 세계의 구체적인 고통을 직시해왔다. '한 편의 시가 / 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 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시와 물질> 부분)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려 합니다'라고 말한 가능주의자는 시의 말로 세계를 구성한 물질들을 호명한다. 그것들은 거미불가사리, 닭, 지렁이, 버섯. 혹은 파리 팡테옹 광장에서 녹아가는 빙하 조각과 미세 플라스틱을 삼키고 창백해진 산호초다. 혹은 샌드위치 소스 교반기에서 사망한 노동자, 한때 5.16광장이었던 여의도 광장을 지킨 어린 얼굴이다.

    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할지라도 작은 온기는 될 수 있다. 경찰이 건넨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핫팩' 같은 가능성이 세계의 물질을 향해 뻗어간다. 마음이 절절 끓어오르고, 더 많은 책을 읽고 싶고, 더 많은 물질에 대해 알고 싶어지는, 나아가고 싶은 시가 4장에 걸쳐 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발 플럼우드의 <악어의 눈>,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 애나 로웬하웁트 칭의 <세계 끝의 버섯> 같은, 시가 인용한 개념들과 함께 함께 알 수 없는 숲으로 나아가고 싶다. 책과 책, 시와 시, 품격과 품격, 물질과 물질로 만날 수 있는 세계를 꿈꾸고 싶다.

    포자는 분명하게 정의하기 힘들다. 그것이 포자의 품격이다. (애나 칭, <세계 끝의 버섯>, 404쪽)
    포자 터지는 소리가 폭죽처럼 들리는 숲으로 (나희덕, <세계 끝의 버섯>, 97쪽)

  • 부자의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박성현 (지은이) | 다산북스 | 2025년 3월 "당신의 시간은 얼마인가?"

    우리는 흔히 "시간은 돈보다 귀하다"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맞는 말일까? 적어도 이 문장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미 부를 이룬 사람에게 시간은 더없이 희귀한 자산이지만, 아직 자산을 만들지 못한 사람에게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덜 귀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통해 돈을 벌고, 이렇게 번 돈으로 다시 시간을 벌어야 한다 뜻이다. 그렇기에 부자의 시간과 부자가 아닌 사람과의 시간은 동일하지 않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돈이 되고, 결국 자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차이’를 짚는다.

    <부자의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는 18년간 월급의 한계를 절감하며 직접 투자와 사업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룬 박성현 저자의 경험과 통찰을 담은 현실적 투자 안내서다. “100만 원으로 100번의 수익을 경험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단숨에 부자가 되려는 환상을 깨뜨리고, 실제로 자산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작은 성공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66가지 부의 법칙은 노동과 투자, 관계와 사고방식까지 다각도로 삶을 돌아보게 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지를 조목조목 알려준다.

    왜 우리는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가? 단지 돈이 많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니다. 삶을 내 뜻대로 설계하고, 시간에 끌려가지 않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 책은 그 자유를 얻기 위해 시간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쓰고, 어떤 방식으로 경험을 쌓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오늘의 1시간이 내일의 자유가 되려면, 지금 이 책부터 펼쳐야 한다. 돈 앞에 미친 듯이 치열했던 한 남자의 기록을.

    돈이 없는 것보다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게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