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는 1926년 프랑스 푸아티에에서 태어났다. 1946년 명문 고등 사범 학교에 입학한다. 이후 철학과 심리학 학사를 취득하고, 이후 장 이폴리트의 지도로 헤겔에 관한 석사 학위 논문을 제출한다. 1950년경 알튀세르의 영향 아래 공산당에 입당하나 2~3년 후 스탈린주의에 대한 환멸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당의 태도에 실망해 탈당한다. 1955년 이후 스웨덴 웁살라, 당시 서독 함부르크, 폴란드 바르샤바 등지의 프랑스 문화원장 등으로 재직하다가 프랑스로 돌아와 1961년 소르본 대학에서 주논문으로 「고전주의 시대의 광기의 역사」를, 부논문으로 칸트의 『인간학』을 번역・주해한 텍스트를 제출한다. 1963년 『임상 의학의 탄생』과 『레몽 루셀』, 1966년 『말과 사물 — 인간 과학에 대한 고고학』(이하 『말과 사물』), 1969년 『지식의 고고학』을 출간하고 이 시기를 ‘지식의 고고학’ 시기로 지칭한다. 1970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최연소 교수로 임명되어 ‘담론의 질서’를 강연했다. 1971년 질 들뢰즈 등과 ‘감옥에 관한 정보 그룹(G.I.P.)’을 만들어 활동했다. 1975년 『감시와 처벌 — 감옥의 탄생』(이하 『감시와 처벌』)을 발표하고, 이 시기를 ‘권력의 계보학’ 시기라 지칭한다. 1976년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다룬 연작 ‘성의 역사’ 시리즈의 1권 『앎의 의지』를 출간한다. 원래 여섯 권으로 계획되었던 이 시리즈는 중도에 계획이 바뀌어 푸코가 사망한 1984년 2, 3권에 해당하는 『쾌락의 활용』과 『자기 배려』만이 더 출간된다. 이 시기를 ‘윤리의 계보학’ 시기라 부른다. 같은 해 자신의 ‘지적 유언장’이라 할 논문 「계몽이란 무엇인가?」를 발표한다. 푸코는 1984년 6월 25일 파리에서 에이즈로 사망했다. 푸코의 생애와 저작들에 대한 가장 완벽한 정리와 관련하여 그린비 출판사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네 편의 글 ‘푸코의 활동(http://www.greenbee.co.kr/blog/1685)’을 참고할 수 있는데, 이는 푸코 선집 『말과 글』의 「연보」를 완역한 것이다
푸코 작업의 핵심은 한마디로 모든 ‘보편’의 관념에 대립하는 것이다. 서양 철학사에서 보편이란 필연적인 것, 본질적인 것, 불변의 것, 곧 ‘바꿀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푸코의 작업은 우리가 보편적이며 필연적이며 본질적이라고 믿는 것이 사실은 역사적으로 구성된 것이고, 그러므로 변화 가능한 것, 바꿀 수 있는 것임을 밝히고자 한다. 이런 면에서 첫 번째 대표작이라 할 『광기의 역사』는 우리가 자연적인 것, 따라서 역사나 문화와는 무관한 것으로 믿는 ‘광기’의 관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구성된 것인가를 밝히려는 작업이다. 푸코는 우리가 이러한 관념의 최종 근거로 삼는 모든 ‘자연적인 것’, 곧 생명, 생물, 의학, 정신, 육체, 광기 등의 관념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자연적인 것’으로 구성되었는가를 밝힌다. 『말과 사물』 역시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이른바 인문 과학 혹은 인간 과학의 대표적 분과들이 노동, 생명, 언어의 분야에서 어떻게 구성되었는가를 밝힌다. 『감시와 처벌』은 니체적 계보학의 입장에서 감시와 처벌 혹은 죄책감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사회화, 제도화되면서 근대 사회 구성의 근본 원리가 되었는가를 밝힌다. 『성의 역사』 연작 역시 섹슈얼리티의 영역에서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를 이러저러한 성의 주체로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는가를 서구의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앞서 언급한 필연과 보편의 관념에 대한 푸코의 비판은 이처럼 ‘오늘 우리가 어떻게 여전히 자유와 변화의 지점을 찾을 수 있는가’를 밝히려는 궁극적 관심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조건들 중 하나로서 이해될 수 있다.
푸코의 책은 매우 전문적인 논의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물론 최선의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코의 저작들을 시대 순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꼼꼼히 공부하는 것이나, 모든 이들이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푸코 사유에 대한 가장 정평 있는 입문서는 디디에 에리봉의 『미셸 푸코 1926~1984』이다. 이 책은 푸코의 삶과 사유, 저작들을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을 뿐 아니라, 니체, 하이데거, 레비스트로스 등 푸코가 영향 받은 사유들, 사회?문화?정치적인 다양한 동시대의 상황들을 정리해 놓은 최적의 입문서라 할 수 있다. 그밖에 국내 학자에 의한 간명한 입문적 소개로는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의 「푸코」 부분이 무난하며, 고급한 입문서로는 폴 벤느의 『푸코, 사유와 인간』과 질 들뢰즈의 『푸코』가 탁월하다. 푸코 입문 이후에는 어렵더라도 푸코 자신의 책을 시대순으로 얇고 가벼운 것부터 찬찬히 정성스럽게 읽어 보기를 권하는데, 우선 1962년의 『정신병과 심리학』을 권한다. 특히 이 책의 2부는 전해인 1961년에 나온 푸코의 방대한 학위 논문집 『광기의 역사』에 대한 탁월한 요약?심화로 간주된다. 이후에는 물론 이러한 책들을 곁에 두고 『광기의 역사』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다음으로는 『내 어머니와 누이와 남동생…을 죽인 나, 피에르 리비에르』를 권한다. 이 책은 말하자면 『광기의 역사』와 『감시와 처벌』을 이어 주는 책으로, 19세기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존속 살해 사건의 기록을 푸코가 발굴해 자신의 연구?분석과 함께 출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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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 순서에 따르자면 다음 책으로 『말과 사물』과 『지식의 고고학』을 읽어야 하겠지만, 이 책들은 고도의 전문적인 논의를 펼치고 있는 책이므로, 가급적 마지막에 읽기를 권한다(다만 『말과 사물』의 맨 처음 수록된 「시녀들」은 스페인의 화가 벨라스케스가 그린 동명의 작품에 대한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품격 있는 비평이므로 이 단계에서 읽어도 좋다). 1960년대를 가로지르는 지식 고고학 시기의 대표작은 『말과 사물』이지만, 오히려 1960년대 푸코의 사유를 공간과 건축의 측면에서 잘 드러내 주는 『헤테로토피아』를 권한다. 헤테로토피아 개념은 『말과 사물』의 연장선상에서 고안된 것이며, “타자가 동일자의 인식을 가능케 하는 근본 조건”이라는 『말과 사물』의 핵심적 주장들 중 하나를 간명하게 보여 준다. 물론 『말과 사물』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주장은 각각의 시대마다 이전 혹은 이후의 시대와는 공유될 수 없는 독자적?독립적인 ‘에피스테메’(episteme)가 있다는 것으로, 이러한 ‘지식 고고학적’ 관점이 잘 정리되어 있으면서도 이후 ‘권력 계보학’으로의 이행 과정을 잘 보여 주는 가장 좋은 책은 1971년 네덜란드 텔레비전에서 이루어진 촘스키와 푸코의 대담을 엮은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이다. 마냥 쉬운 책은 아니지만 대담의 기록이므로 대화체로 이루어져 읽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무엇보다도 ? 하나의 주장이 합리적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 “(하나의 주장을 정당화해 주는) 합리성의 선택 자체가 니체적인 ‘힘 관계’의 반영”이라는 푸코의 핵심적 주장을 잘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에 부록으로 실려 있는 논문 「진리와 권력」, 「옴네스 에트 싱굴라팀 ? 정치적 이성 비판을 향하여」는 푸코 ‘권력 계보학’의 대강을 보여 주는 글로 추천할 만하다. 이 모두는 향후 『감시와 처벌』을 읽기 위한 준비의 과정으로 보면 된다. 『감시와 처벌』에 대한 가장 좋은 입문은 물론 콜레주 드 프랑스의 취임 강연인 『담론의 질서』이며, 이 책은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담론’의 개념을 처음으로 정의한 기념비적인 명저이다. 이러한 준비가 이루어졌다면 『감시와 처벌』에 도전해 볼 차례이다. 푸코의 가장 중요한 책이자 가장 논쟁적인 책으로,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저작이다. 상대적으로는 푸코의 책 가운데 매우 쉬운 편에 속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읽어서 쉽게 이해가 되는 책은 아니다. 특히 처음 읽는 사람으로서는 행간에 깔린 중층적 의미를 다 소화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분히 정독해 볼 가치가 있다. 모든 책을 다 정독하고 모든 부분을 다 이해해야 다음 부분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한 사람의 삶이란 몇 권의 중요한 책을 읽기에도 너무 짧다. 대강의 요지를 우선적으로 파악하면서 모르는 부분은 체크해 두고 계속 읽어 나가는 방식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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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면 1960년대 지식 고고학 시기의 주저 『말과 사물』을 읽을 차례이다. 우선 이해되지 않아도 가볍게 장별로 한 번씩 읽고, 추후에 찬찬히 오랜 시간을 들여 정독하는 것이 좋다. 『말과 사물』의 핵심적 주장은 역사를 관통하는 보편적 인식이란 없으며 오직 각각의 시대마다 새로운 인식이 새롭게 구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크게 보아 동시대의 헤겔과 마르크스주의 사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구조주의적’ 관심에 입각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푸코는 16세기 이래 서양의 에피스테메 혹은 인식론적 장에는 단 두 번의 단절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두 번의 단절로 이루어지는 세 개의 시기는 르네상스, 고전주의, 근대이나 푸코의 궁극적 주장은 이 두 번의 단절에 이어지는 세 번째 단절, 곧 네 번째 시기가 와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어 나가면서 각 시대마다 푸코가 긍정 혹은 부정하는 개념의 계열을 찾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가령 책의 9, 10장에서 칸트에 의해 성립된 근대 ‘인간학’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으며, 근대 이후의 시대에 ‘언어’가 하게 될 역할은 긍정적 뉘앙스를 갖는다. 그다음으로는 『성의 역사』를 권한다. 『성의 역사』는 1, 2, 3권에 해당하는 『앎의 의지』, 『쾌락의 활용』, 『자기 배려』로 이루어져 있는데, 물론 순서대로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이들 세 권, 즉 1976년의 1권과 1984년의 2, 3권 사이에는 8년이라는 시간과 더불어 일정한 단절이 존재한다. 『앎의 의지』는 그 전해에 출간된 『감시와 처벌』, 곧 권력 계보학의 논지를 대상의 측면에서 섹슈얼리티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감시와 처벌』을 읽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다. 『앎의 의지』가 공격하는 핵심적 대상은 당시 성을 바라보는 관점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던 프로이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이다. 이 두 이론은 공히 성이 억압되어 있으며 따라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푸코는 이러한 담론 자체가 성에 관한 기존 지배 시스템을 유지하는 장치의 일종으로 기능한다고 본다. 『앎의 의지』에서 나타나는 푸코의 관심은 ‘왜 우리(서구인)는 성이 억압되어 있다고 이토록 강력히 말하게 되었는가?’라는 담론 체제에 관련된 문제이다. 2, 3권은 ‘윤리의 계보학’ 시기로 이행한 이후의 저작들로, 『쾌락의 활용』은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에서 성인 남성이 진리의 문제, 양생술, 소년?성인 간의 동성애 등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여러 문제 상황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리하여 그들은 섹슈얼리티와 관련하여 스스로를 어떠한 주체로 만들어 갔는지를 분석한다. 주의할 점은 이때의 ‘윤리’가 ?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덕’의 의미보다는 ? ‘자기 함양?자기 도야’라는 그리스어의 어원적 의미에 가까우며, 따라서 진리와 정치가 이미 함축된 자기 형성의 ‘윤리’라는 점이다. 『자기 배려』는 그리스도교 국교화 이전의 고대 로마 시기를 다루는데, 푸코는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이 시기의 핵심적 문제 제기를 자기 통치와 자기 배려로 설정한다. 통치성의 개념은 대단히 중요한데, 이는 푸코의 사유에서 이 개념이 타인의 통치로부터 자기의 통치에로 나아가는 연결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떻게 윤리적 주체로서 스스로를 형성해 가는가?’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 ‘윤리의 계보학’ 시기는 주체화의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로도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1982년 미국 버몬트 대학에서 이루어진 세미나를 엮은 『자기의 테크놀로지』를 참조하면 좋다. 푸코 전공자로서 시간이 갈수록 확신하게 되는 하나의 사실은 ? 푸코는 물론 『광기의 역사』, 『말과 사물』, 『감시와 처벌』 같은 저술을 통해서도 역사에 남게 되겠지만 ? 그의 가장 중요한 학문적?역사적 공헌은 그가 콜레주 드 프랑스의 강의록 시리즈에서 개진하고 있는 통치성의 관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푸코는 1970년에 취임한 이래 1976~1977년의 안식년을 제외하고 1984년까지 매년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강의를 해왔다. 모두 열세 권으로 구성되었으며 프랑스에서 2014년 현재에도 출간 중인 이 강의록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는 푸코 전공자로서 정확하고도 유려한 좋은 번역을 보여 주는 심세광의 주도로 전권 번역되고 있다. 국역된 몇 권의 강의록 가운데 특히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은 통치성의 관념이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 분석을 통해 잘 드러나는 필독서이다. 특히 이 책은 『안전, 영토, 인구』에서 다루어진 16~17세기 이래 근대 유럽의 ‘정치학자’ 및 ‘경제학자’의 탄생, 중상주의와 중농주의 분석을 잇는 20세기 독일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분석에 내용의 대부분이 할애되고 있어 특별한 시의성을 갖는다. 이와 관련하여 신자유주의에 의해 초래된 최근 유럽의 상황을 푸코 통치성의 관점에서 분석한 마우리치오 라자라토의 『부채인간』도 참조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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