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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이에게 책을 권하려면 책의 내용을 뭉뚱그리고 축약하여 설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종종 몇 개의 단어들로 책을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어쩌면 책을 향한 해코지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책의 경우 특히 그렇다. 언어를 전달하는 방식과 그 안에 담긴 내용, 글에 흐르는 기운이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를 감각하게 하는 책이라면, 그것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새로운 세계를 정의 내리고 요약하고자 하는 모든 언어가 이미 기존의 오염된 세계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설명하기가 난감한 이유다.
팀 잉골드가 말하는 '조응'은 '상호작용'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상호작용이 "관계 사이에서" 나타난다면 조응은 "어우러져 나아가는" 일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는 인간의 과도한 자아중심성을 넘어서서 비인간 생명체, 사물, 자연과 어우러져 관계 맺는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7년간 쓴 에세이의 모음인 만큼 주제와 소재는 다르지만 이 글들의 중심을 잡는 태도와 시선, 관점은 한결같다. 태도와 시선, 그것은 일정 부분 감각에 관한 것이기도 해서 이 책에서 느껴지는 정동은 이성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읽는 이의 감각에 달라붙는다. 독서하는 동안 접신하듯 그의 눈으로 본 지금의 단절된 세상은 뒤틀리고 괴이한 구석이 많으며, 또한 서로가 얽히며 존재하는 세계는 아름답다. 엮임과 얽힘, 순환과 생성에 관한 통찰 깊은 문장들은 계속해서 영감을 제공한다. 단단하고 깨끗한 힘으로 가득 찬 이 에세이는 우리의 존재 방식을 강하게 흔든다.